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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의 터, 독도

기자명 법보신문
윤 명 철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동해라는 망망대해의 한 가운데 돌섬이 홀로 있다. 그래서 석도라고도 부르고, 독도라는 이름도 있다. 그 이전에는 武陵島 三峯島 子山島 干山島 라는 이름들이 있었다.

일본이 독도가 자기 땅이라고 우겨댄다. 늘 그래왔지만, 이번에는 심상찮다. 어업환경에 열악해지면서 시마네현의 어부들이 농성하는 것도 아니고, 이제는 지방정부의 차원이라며 발뺌을 하던 일본정부가 주한 일본대사의 공적인 발언을 통해서 독도가 일본영토라고 주장하고, 정치인들은 이에 발맞추는 언동을 하고 있다.

또 늘 그랬듯이 한국은 파르르 떨며 부산을 떤다. 하지만 전과 달리 국민들의 반응에 맡겨놓는 태도를 벗어나 대통령이 직접 이 문제에 언급하였고, 정부차원에서도 각 부서가 경쟁적으로 강한 태도를 발표했다. 이 사태를 외신들은 열심히 보도한다. 그리고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문제와 정부각료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문제와 관련하여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전체의 문제로 확산된다. 중국에서는 전에 볼 수 없었던 조직적인 반일 데모가 곳곳에서 발생하였다. 조금 시간이 흐른 지금에서 보면 결과적으로 일본의 의도대로 독도는 영유권 분쟁지역인 것처럼 알려졌다. 중 일간에 문제가 되는 센카쿠제도( 조어도)처럼 말이다.

독도는 독도이다. 독도는 울릉도의 품안에 있고(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산1∼37번지), 울릉도는 우리의 삶이고 역사이다. 이미 선사시대부터 사람들은 동해를 건너 일본열도에 도착했다. 고구려도 동해중부지역에서 출항하면 자연스럽게 200여 km 남짓한 이 해역을 거쳐 일본 혼슈의 곳곳에 도착했다. 발해인들은 220년 동안 무려 34차례나 사신선을 파견했는데, 중기 이후에는 항로를 변경하여 호피 초피 웅피 인삼 꿀 명주 대모(거북껍질 술잔) 등을 배에 실고 울릉도 독도‘ 해역을 경유하여 오끼제도나 시마네현, 돗토리현, 후꾸이현 등에 도착했다. 고려 시대에도 울릉도와 독도는 다이나믹한 삶의 터전이었고, 동해의 해적인 여진족들의 공격을 받아가면서도 지켜온 우리의 땅과 바다였다.

하지만 조선시대에 들어와 울릉도는 물론 독도의 가치와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다가, 결국은 1905년 1월 28일, 일본각의가 독도를 일본령으로 편입할 것을 결의하게 방치하였다. 그 자그마한 빌미 때문에 독도는 이렇게 곤욕을 치루고 있다.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독도의 날’을 제정하는 시마네현의 마쓰에시 청사 앞에는 오래전부터 ‘독도여 돌아와라’ 라는 간판이 높게 서있다.

동아시아의 패권과 통합방식을 놓고 한 중 일은 경쟁과 갈등을 심각하게 벌이고 있다. 1994년에 유엔에서 신해양법이 발효된 이후에 EEZ( 200해리 배타적 경제적 수역)가 실효성을 지니고 바다는 실제영토가 되었다. 1996년에 EEZ를 선포한 일본은 세계에서 5위의 해양영토대국이고, 해군력은 세계 제 2위이다. 중국과 일본은 또 한 번의 남해전쟁(동중국해 남중국해의 패권을 놓고 벌이는 실제적인 무력충돌)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해양의 세기인 21세기에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가치가 높은 독도를 소홀히 할 수는 없다. 더구나 동아시아의 국제질서가 전면적으로 재편되고, 지분확보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우리 역사와 삶의 터를 치욕스럽게 이유없이 또 한번 탈취 당할 순 없다. 중국에 대하여 습관적으로 양보하고 굴복해서는 안되듯이 말이다.

독도를 돌아볼 때 마다 늘 여러 생각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사라진다. 그래도 늘 한결같은 마음은 경외심이다. 독도는 망망대해의 한 중심이며, 동해라는 시공에서 유독 홀로 서있는 존재이다.늘 그래왔던 것처럼 여론의 관심이 식어진 상태로 독도에 대한 연구도 안 이루어지고, 조직적으로 독도생활화운동도 펼치지 않고, 정부도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독도는 또 홀로 외로운 섬이 된다. 그러다가 곧 다가올 동아시아의 국제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일본의 속내와 계략대로 분쟁지역으로 탈바꿈하고, 어쩌면 양보할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 우리의 권리와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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