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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도의 참뜻은 무엇인가

기자명 법보신문
각자 타고난 기질이 여래되는 방편
서로 주고 받는 존재의 다이나미즘


‘중생심이 여래심’이라고 보조국사가 화엄사상의 연장선상에서 말했다. 중생의 이기배타적 탐욕이 여래의 자리이타적 원력과 동거하고 있다는 마음의 이중성으로서 나는 저 말을 해석하고 싶다. 6바라밀이외에 다시 4바라밀이 추가되는 것이 매우 의미심장하다고 본다. 이 4바라밀 중에 먼저가 방편 바라밀이다. 방편은 중생의 수의(隨意)에 따라 쉽게 여래심을 발양할 수 있는 길을 말하는 것이겠다. 중생은 천백억의 다양한 성격과 기질을 타고 태어났다. 어떻게 원만보신해질 수 있나? 불가능해 보인다. 중생은 운명적으로 편파적이고 부분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데, 어떻게 그 어려운 해인삼매에 들어가서 부처님처럼 원만한 보신불의 보상을 얻을 수 있을까? 그 지난한 6년 간의 고행과 전생의 반복 윤회 속에 쌓인 선근공덕의 힘으로 부처님이 되셨는데, 아! 우리는 어떻게 우주가 놀랄 그런 공덕을 이룰 수 있겠는가?

중생이 바로 여래라는 화엄의 가르침은 그런 피눈물 나는 어렵고 어려운 길을 가지 않아도 중생이 바로 부처가 될 수 있는 쉬운 길을 알려주신 것이라고 나는 해석하련다. 이 길이 보살도의 정신이겠다. 각자의 체질이 바뀌지 않듯이, 타고난 마음의 기질이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주자학이 인간의 편벽한 기질을 교정하기 위한 수양과 도학공부를 강조했으나, 그런 이상은 헛수고에 불과했다. 심신의 특성은 고쳐지지 않는 것 같다.

나는 보살도가 저런 이상주의적 명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각자의 타고난 기질과 특성이 곧 여래가 되는 방편임을 부처님이 가르쳐 주셨다고 생각한다. 돈버는 재주, 노래 부르는 재주, 솜씨 좋은 재주, 기운좋은 체력, 그림 그리는 재주, 계수에 밝은 재주, 약한 자를 잘 보살피는 마음씨, 추상적 통찰력이 있는 지성 등등은 다 자연이 각자에게 나누어 준 능력이 아닌가? 그 능력이 바로 부처가 될 수 있는 보살도의 정진 방편이 아닐까? 부자 보살, 예체능인 보살, 기술자 보살, 나라를 지키는 군인 보살, 사회사업하는 보살, 학문하는 보살, 경영인 보살 등등 다양한 직업의 정진이 곧 보살도이겠다. 보조국사(지눌)가 치산업(治産業)과 공교기예(工巧技藝)가 다 여래의 보광명지(普光明智)라고 말했다. 각자의 타고 난 재주가 다 문수보살의 지혜의 한 조각이 아닌가? 1%의 재주는 100%의 지혜에 비하여 보잘 것 없지만, 지혜 아닌 것은 아니다. 문제는 각자의 타고난 재주를 이기배타적 본능의 탐욕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리이타적 본성의 원력으로 바꾸면 그것이 보살도의 길이겠다. 보살도는 탐욕의 억압이 아니라, 그 탐욕을 적극적 원력으로 바꾸는 데에 있다고 여겨진다. 불교는 소극적 진리의 길보다 적극적 진리의 방편을 더 설파함에 있으리라. 그것이 대승 진리라고 여긴다.

탐욕을 원력으로 바꾸게 하는 힘이 죽음과 공(空)의 정견(正見)에서부터 나온다고 본다. 죽음은 모든 소유의 덧없음과 동시에 존재하는 것의 실상을 보게 한다. 존재는 명사적 실체가 아니라, 동사적 생멸의 현상에 불과하다. 그것을 일깨워주는 것이 죽음이다. 단순하게 ‘모든 인간이 죽는다’는 생물적 일반명제를 말함이 아니라, 나의 죽음을 지금 응시케 하는 것이 나의 진정한 존재방식을 보게 한다. 의식적 도덕교육보다 더 효과적인 것이 죽음을 자기화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죽음은 존재가 소유로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는 약이다. 존재의 정견이 곧 존재가 공(空)의 한시적 현상임을 보게 한다. 허공의 허허로움이 만물을 연기법적으로 존재케 하듯이, 공사상은 인간의 모든 타고난 능력이 나와 다른 존재들에게 좋은 인연관계를 맺게끔 하는 자리이타의 방편임을 깨닫게 한다. 원력은 내가 이룩한 성취(자리)를 타자에게 회향하기(이타) 위함이다. 보살도는 삶의 존재가 자연처럼 서로 다르기에 주고 받는 것임을 알고 실행하는 데에 있겠다. 우리는 불교의 힘으로 한국을 서로 주고 받으며 교환하는 존재의 다이내미즘으로 탈바꿈시키자.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kihyhy@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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