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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파사나 수행 최은영 씨 상

기자명 법보신문
밝고 명랑함 속에 깔린 산만함 인식
나와 남이 하나임을 수행하며 체득


글을 쓰려고 하니 우선 수행하기 전의 나의 생활과 현재의 생활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불교학을 전공으로 공부했지만 나는 이론이 아닌 수행이나 수행하는 사람들에 대해 이유 없이 부정적인 마음이 많았다. 그러나 막상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그래도 실제로 수행을 전혀 해보지도 않고 가르칠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 수행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순전히 그런 의도에서 시작된 수행은 내게 많은 것을 알게 해주었다.

수행하기 전의 나는 새벽별 보기 운동을 하는 사람처럼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하루 종일 뭔가를 열심히 하면서 살았다. 대학 다닐 때도 새벽반 학원가고 학교 가서 공부하고 아르바이트도 몇 개씩 하면서 늘 바쁘게 살았고, 계속 진학하여 공부하는 기간에도 역시 나의 생활을 하면서 다른 사람과의 교제를 촘촘히 채워가면서 살았다. 그러던 내가 처음 우연하게 수행을 하기 시작한 곳이 백화도량이었다. 위파사나 수행이 뭔지도 몰라서 그저 묵묵히 앉아 있기만 하는 시간이 지나면, 매우 바쁜 나의 삶으로 도망치듯 황당하게 물러나오기만 한 것이 처음 반년 정도의 상태였다. 몸, 느낌, 마음과 생각, 법 개념들을 관찰한다는 것이 내게는 너무 막연했다. 그때마다 무심한 미소로 나를 보던 법사님의 얼굴이 어렴풋하다. 그런 법사님이 어느날 내게 ‘왜 그렇게 늘 불안하고 산만한지 좀 보라’고 말했다.

이 말은 내게는 매우 큰 충격과 당혹감을 주었다. 나는 보통 밝고 명랑한 사람, 활발한 사람으로 남에게 보여졌었는데, 그것을 불안하고 산만한 것으로 파악했다는 것이 놀라웠다. 결국 불안하고 산만함을 인정한 후에 나의 삶을 돌아보니, 지금까지 내가 하릴없이 바쁜척하면서 시간을 보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내가 불안함이 많은 사람이었음을 인정하고 그 불안함과 함께하는 외로움, 산만함 등이 나의 삶의 어느 부분에 침투해 있는지 알아차리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뭔가를 잘해서 남에게 칭찬받고 인정받으려는 면이 컸기 때문에 같은 일을 해도 그에 따르는 부담감으로 일을 잘하지 못했다면, 칭찬받고 인정받으려는 부담을 내려놓고 그냥 할 일만 해도 결과는 전에 나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고 했던 상황과 비슷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어떤 사람으로 보여지고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은 나를 둘러싼 매우 큰 수렁이라는 것을 수행을 통해 비로소 자각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기본적으로 나와 남이 하나라는 것을 이론으로 가르치고 있던 나의 삶은 이렇게 찬란한 왜곡으로 오염되어 있었던 것이다.

또한 위파사나 수행은 내게 이론적으로만 알고 있던 마음과 몸이 연결되어 있음을 철저히 알게 해주었다. 감정상태나 통증이 있는 곳에 집중을 하는 위파사나 수행을 하면 그 부분의 몸이 좋아지는 경우와 반대로 심적 상태에 따라서 금방 몸이 안좋아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나아가 마음의 병이 깊어질수록 현대의학으로 검증할 수 있는 큰 병이 나타난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 실례를 많이 보게 되었다. 그래서 몸과 마음이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님에 대해 전보다 훨씬 체험적으로 설명할 수 있고, 학생들에게 지도할 경우에도 짧은 시간에 납득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현대적 수행방법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고려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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