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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반듯한 수행자를 기다린다

기자명 철우 스님
율원 스님들을 모자라는 사람들로 보기도 하고, 혹은 욕심 많은 사람들로 보기도 하고, 가만히 있으면 가만히 있는 것조차 시비가 된다. 그래서 그들에게 이 이야기를 해 주려고 한다.

태행산은 사방 둘레가 700리나 되고 높이가 만 길이나 되는 큰산이다. 그런데 북산에 사는 우공이라는 사람은 이 산을 앞에 두고 살기 때문에 드나들 때마다 멀리 돌아서 다녀야만 했다. 그는 그것이 몹시 불편하게 생각되어 하루는 가족들을 모아놓고 상의를 했다.

'나는 너희들과 함께 힘을 다해 높은 산을 평평하게 만들고 애주 남쪽으로 길을 내어 한수 남쪽까지 갈 수 있게 할까 하는데 너희들 생각은 어떠냐?'

모두가 찬성했다.

우공은 아들 손자들을 거느리고 산을 허물기 시작했다.

돌을 깨고 흙을 파서 그것을 삼태기와 거적에 담아 발해로 운반했다. 그런데 우공의 이웃에 사는 경성씨라는 과부에게 이제 겨우 8세 된 아들이 있었는데, 이 아이가 또 열심히 일을 도왔다. 그러나 1년에 겨우 두 차례 흙과 돌을 버리고 돌아오는 정도였다. 그러자 하곡에 사는 지수란 영감이 이 광경을 보고 말렸다.

'이 사람아, 어찌 그리도 어리석은가! 다 죽어 가는 자네 힘으로는 풀 한 포기도 제대로 뜯지 못하는데 그 돌과 흙을 어찌할 작정인가?'

우공이 대답했다.

'자네의 좁은 소견에 놀라지 않을 수 없네. 자네는 저 과부의 어린 아이 지혜만도 못하지 않은가. 그 자식에 손자가 생기고 그 손자가 또 자식이 생기지 않겠는가. 이렇게 사람은 자자손손 대를 이어 한이 없지만 산은 불어나는 일이 없지 않는가. 그러니 언젠가는 평평해질 날이 있을 걸세.'

두 손에 뱀을 들고 있다는 산신령이 이 말을 듣고 겁이 나서 옥황상제에게 이를 말려 주도록 호소했으나, 우공의 정성에 감동한 옥황상제는 힘 센 과아씨의 아들로 하여금 이 산을 들어 옮기도록 했다. 이리하여 기주 남쪽에서 한수 남쪽에 이르기까지는 산이 없게 되었다.

이와 같이 우리는 우공이 되려 한다. 우리의 뒤에는 부처님이 계시고, 부처님의 정법과 청정승가가 있다. 종단에 여러 수장이 바뀌도록 직능직 종회위원을 계단위원회에서 추천했어도 한 번도 추천대로 뽑아 주지 않았다. 그러나 그 법이 없어지도록 우리의 뜻이 관철되지 않는다 해도 우리는 애착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권세와 명예는 영원한 것이 아니다. 부처님께서는 중생사가 모두 무상이라 하시지 않았던가? 바르게 수행정진 하다보면 생각과 행이 반듯한 수행자들은 우리를 찾을 것이다. 설사 그런 일이 없더라도 부처님의 뜻으로 여길 것이다.

철우 스님<파계사 영산율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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