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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공간의 효율적 사용

기자명 법보신문

신규탁

명산대찰이라는 말이 있듯이, 역사적으로 오래된 사원들은 거의가 깊은 산 속에 있다. 산속 도량은 주로 출가한 승려들이 수행하고 생활하는 공간으로 사용되었고, 그래서인지 오래된 사찰의 경우는 불교신도들을 위한 공간은 거의 마련되어 있지 않다. 최근 들어 많은 변화를 거듭하여 신도회관이나 방학을 통한 임간학교 등을 개설하여 일반 신도들의 수도 공간이 생기기는 하였다. 앞으로 이 부분은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전통적인 고찰이 들어선 곳이 국립공원이나 도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많은 일반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스님들의 수행공간과 일반관광객의 관람과 신도들이 서로 얽혀 어수선하기 짝이 없다. 이런 현상은 비단 한국만의 경우는 아니다. 스리랑카 중국 일본 등지의 사원들도 상황은 마찬 가지이다. 문제는 이 공간을 어떻게 공유하고 분리하는가이다.

이런 분할이 가장 잘 된 나라는 일본이다. 신도들을 위한 신도회관이 마련되어 정해진 사용료를 지불하면 숙식이 제공되고 불공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유명한 대만의 불광사의 경우는 전 세계에 도량이 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그 지역의 형편에 맞게 게스트 하우스를 지어 일정한 절차를 밟으면 사용할 수 있게 되어있다. 소박하면서도 정갈하여 수도원에서 운영하는 숙박시설의 맛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사회 곳곳에 일제 때의 군대식 사고가 남아있고 병역이 전 국민의 기본 의무이다 보니, 극기 훈련이나 고생스런 생활이 이유 없이 찬양되고 있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잘못 와전되어 불편한 숙식을 감수하고 땀 흘리고 육체적 고생을 하는 것이 수행인양 잘못 오도되고 있다. 1800배 혹은 3000배 절하는 행위들이 제대로 된 수행이론에 근거를 둔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그리고 불편한 잠자리도 그저 견디는 것이 수행인양 되어있다. 그러나 수행과 고생은 별개이다.

수도원을 찾는 사람들은 호화스런 잠자리나 음식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불편함을 즐기기를 원하지도 않는다. 우리의 사원들은 너무 불편하다. 신도가 된 입장에서 절을 찾는 경우를 상상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남자 신도들은 절에 가서 어디 의지할 곳이 없다. 여자 신도들은 공양주 방에라도 들어가 좀 쉴 수도 있지만 남자들은 그렇지 못하다. 그러잖아도 절에는 여자들이 많이 모이는 곳인데 남자들이 적응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작은 치과병원을 가더라도 손님들이 대기하고 책도 보고 물도 마실 곳이 있는 마련되어 있는데, 그 넓은 절에 어디 의지 할 데가 없다. 우선 도심 속 도량부터 이런 배려가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조계종을 제외한 다른 종단들은 결혼한 스님들이 대분이다. 그럴 경우 살림집과 절집이 구분이 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트고 지내면 막역해져 정겨운 부분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여러 가지 면에서 서로 불편하다. 될 수 있으면 공간을 분리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사택의 개념을 도입하면 좋을 것이다.

전국의 어느 사찰을 가나 불사를 안 하는 절이 드믈 정도로 공사가 한창이다. 이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무엇을 어떻게 짓는가를 살펴보면 모두 법당의 크기에만 관심이 있다. 부처님 사는 공간도 좋지만 산 사람 사는 공간을 지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편안한 마음으로 도량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면 좋겠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대량화 보다는 소규모로 쪼개어 여러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계획하여 사원을 다양한 문화 공간으로 만드는 것도 생각해 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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