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달라이라마의 訪韓 해법

기자명 법보신문

장 용 철



한국은 달라이라마가 올 수 없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고이즈미 일본총리도 오고, 북녘의 정치지도자들도 오고가는데, 유독 세계불자들의 정신적 지도자로 불리는 티베트 망명정부의 지도자 달라이라마만은 올 수 없는 것이다.

달라이라마가 올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티베트의 분리 독립운동을 반대하는 중국이 그의 방한을 마땅치 않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중국 무역의존도가 높고, 북핵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중국의 도움이 필수적인 우리 정부로서는 중국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중국의 입김이 유달리 우리에게만 집중된 것은 아닐 텐데 심약한 우리 정부만이 중국의 요청을 거절치 못하고 있다.

달라이라마의 방한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데 대해 새삼 정부의 비자주적이고, 굴욕적인 외교적 자세를 탓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문제에 있어 누구보다 직접적인 책임과 일차적인 반성의 당사자는 우리 불교인 까닭에 불교의 대응방식을 점검해 보고,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 보자는 것이다.

그동안 달라이라마의 방한은 2000년 결성된 달라이라마 방한추진위원회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그 해 10월16일 달라이라마를 초청해야 한다는 범종교인들의‘333인 선언’이 있었고, 다람살라까지 달려간 방한추진위의 직접적인 초청에 이어, 2004년 여수 옥천사의 초청에 이르기까지 여러 번의 공식, 비공식 초청이 있었다. 그 때마다 달라이라마는 ‘김치를 먹으면 몸이 가렵다’는 말로 한국 방문의 뜻이 간절함을 우회적으로 표현하였다. 그러나 많은 기구와 단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달라이라마의 방한이 성사되지 못했던 것은, 그 방한 추진 세력들의 중심이 종단이 아닌 민간 중심의 결집이었던 까닭이다. 오히려 종단은 중국불교협회의 압력과 요청에 의해 방한 운동에 적극적이지 않거나 방관자적 입장에 놓여 있었다.

따라서 달라이라마의 방한이 성사되려면 무엇보다 범 종단 차원에서의 원력 집약과 정치권과의 공동대응방안이 절실하다. 이 문제야말로 한국불교의 국제적 체면과 관련된 문제라는 긴박한 인식으로 지금이라도 민간기구들과 함께 공동의 보조를 취하며 정부를 압박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특히 중요하게 요청되는 것이 조계종 총무원장이자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수장인 법장 스님의 역할이다. 다행이 스님께서는 최근 자이툰부대 방문과 미국 조야 방문, 그리고 이번 평양 6.15 공동행사의 명예 대표로 참석하는 등 적극적인 평화사절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그 대미를 달라이라마와의 한국 상봉으로 장식한다면 이 이상 더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법장 스님은 이미 5년 전에도 김수환 추기경 등과 함께 김대중 전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축하식장에 달라이라마를 초청해야한다는 진정서를 제출한바 있었고, 총무원장 후보시절에는 달라이라마의 방한 초청 의지를 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얼마 전 티베트 정부 초펠라 동북아대사의 예방을 받는 자리에서는 “세계 어느 나라도 갈 수 있는 것이 인간의 권리이고, 인연법에 따른다면 시비가 없으리라고 본다”며 불분명한 말로 즉답을 회피했다.

올해 만해상 평화부문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고조되던 달라이라마의 방한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모습으로 비치기에 충분했다. 일련의 과정이 그러하기에 “인연법에 따르면 시비가 없다”는 말씀이 “그 인연을 시비가 없도록 만들겠다”라는 말씀으로 행간을 고쳐서 듣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여하튼 달라이라마는 한국에 와야 한다. 그것은 ‘세계 어느 나라든 갈 수 있는 그의 권한’이다. 오는 8월 만해상 수상식에 모든 일정을 포기하고라도 오고 싶다는 그의 소망을 이번에야말로 이루어지게 해야 한다. 이미 20만 명 이상이 서명을 했는데, 얼마나 더 많은 이름이 추가되어야 이 나라가 강대국의 눈치를 보지 않는 자주국가임이 입증될 수 있겠는가.
평화수호자로서 발 품을 파는 법장 스님의 사자후가 북악(北岳)에 울리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