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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균형자론과 고구려 모델

기자명 법보신문
중국과 일본은 센카쿠제도(釣魚島) 분쟁을 일으키고, 일본은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동북공정을 추진하고, 일본 또한 역사왜곡을 일삼고 있다. 동아시아의 패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경쟁의 전초전이다. 궁극적으로는 통일한국, 중국 일본, 그리고 몇몇 지역을 포함하는 정치적이 공동체가 만들어지겠지만, 그 중간단계에서 우리는 생존전략을 찾고 실행해야 한다. 그 대안의 하나로서 노무현 정부는 최근에 소위 ‘동북아 균형자론을 주장하고 있다.

동북아 균형자 역할은 기본적으로 이상적인 발상이나 그것을 실천하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고, 특히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문제점이 심각하다. 우리는 균형자역할을 하겠다고 하는 지역의 시대적인 상황이 터무니없이 불리하다.

중국은 중화제국주의의 실현, 중화연방의 완성을 목표 돌진하고 있다. 그들은 역사 이래 강한 한국 한민족의 통일을 바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북한에 유고가 생겼을 때에 중국군이 그 진공상태를 메우려할 것은 필지의 사실이다.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을 거치면서 중국을 견제할 목적으로 미일 동맹을 강화시키고, 국가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는 아직도 분단국가이고, 남한사회 내부의 갈등도 심각하다. 한편 세계질서의 중심에 있는 미국은 중국과 갈등을 벌인다. 중국과 러시아는 기본적으로 갈등 혹은 경쟁관계인데, 한시적으로 우호관계를 맺고 있다. 여기에 일본과 러시아, 일본과 북한, 북한과 러시아 관계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약소국인 한국이 고도의 균형자역할을 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포기해야 할 것인가?

고구려는 동아시아의 중핵에서 균형자역할을 해서 성공한 나라이다.

광개토대왕은 일반인들의 생각처럼 단순하게 영토를 넓힌 임금이 아니었다. 그는 21세기의 현재와 유사하게 국제질서가 전면적으로 재편되는 시대에 등극하였다. 중국의 한족은 패배하여 피난정권을 이루고 있었고, 현재 북경주변지역들은 유목종족들이 번갈아가며 나라를 세웠다. 대왕은 이러한 대분열을 이용하여 고구려를 중핵에 놓고 균형자역할을 국가의 경영목표로 삼았다. 수군을 동원하여 백제의 한성을 공격하고, 경기만을 점령하였으며, 보병과 기병을 파견하여 가야 왜를 쳐부수고 신라를 구원하였다. 북으로는 연을 공격하여 요동을 완전하게 고구려의 영토로 확보하였고, 연해주일대의 땅도 영토로 편입시켰다. 아들은 장수대왕은 평양으로 수도를 옮긴 후에 백제의 서울을 점령하였고, 경기만에서 소백산맥 이남을 거쳐 삼척 선에 이르는 한반도 중부 이북의 땅을 영토로 만들었고, 황해중부이북과 동해중부 이북의 해상권을 장악하였다. 이렇게 해서 고구려는 대륙과 해양을 장악한 해륙국가, 즉 지정학적으로 동아지중해의 중핵국가가 되었다.

장수대왕은 남북(즉 북경정권, 상해정권과 유사함)으로 분단된 중국의 분열과 갈등을 이용하여 등거리 외교를 유연하게 추진하고, 북방유목국가인 유연(현재 러시아에 해당)과 남쪽의 송나라를 연결시켜 가운데의 북위를 압박하였다. 뿐 만 아니라 백제 신라 가야 왜가 중국세력과 교섭하는 것을 해상봉쇄로 막았다. 이렇게 해서 정치적으로는 중핵(core)에서 균형자역할을 하였고, 바다길과 육로가 만나는 허브(hub)에서 물류망을 장악하여 국가의 부를 증대시켰다. 또한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이고 전파하는 인터체인지(i.c)역할을 추진하여 마치 한류처럼 다양성과 정체성을 조화시킨 고구려 문화를 창조하였다. 고구려의 성공은 국제질서가 변화하는 과정과 본질을 파악하는 통찰력을 지녔고, 군사력과 해양력을 강화시켜 실질적으로 중핵자리를 확보하면서 단계적으로 실시한 결과였다.

한국지역의 중핵 역할과 조정기능은 한민족의 생존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의 상생과 공동체 구성에도 필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사실과 가치를 주변국가들이 인정하면서 우리의 통일을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도와주도록 설득해야한다.

동북아 균형자론은 많은 한계가 있지만 궁극적으로 추구해야할 생존모델이다. 그런 만큼 아이디어 수준이나 공명심에 취해 졸속하게 추진할 수는 없다. 유효성이 있고 검증된 모델들을 다양하게 만들어 놓고, 급변하는 상황에 따라 취사선택을 하면서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이때 역사는 전개과정을 예측할 수 있게 하며, 해결방법도 어느 정도 제시할 수 있다. 그래서 중국과 일본이 역사를 자국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억지해석을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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