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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7법난 진상 밝혀져야 한다

기자명 법보신문
보 광 스님
동국대 불교대학원 원장

한국 현대불교사에 있어서 가장 치욕적이고, 불보살님전에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저지른 일은 바로 1980년 10월 27일 새벽에 일어난 10·27법난이다. 당시 군법사를 마치고 서초동 대성사 주지를 맡아 있으면서 경험했던 필자로서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단정짓지 않을 수 없다. 10월 27일 새벽 예불을 마치고 법당에서 몇몇 분들과 함께 참선을 하고 있는데,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마을 파출소장이 군인 10여명을 데리고 군화를 신은 채로 총을 들고 법당으로 밀어 닥쳤다. 법당 안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부처님 탁자 밑까지 뒤지기 시작하였으며, 일을 보던 사환에게까지 총을 들이대면서 조사를 하였다. 그들은 사찰에 간첩과 범법자들이 숨어있기 때문에 그들을 검거하기 위한 작전이라고 하였다.

날이 밝아 조계사 총무원으로 갔더니 영암 스님을 비롯한 몇 분만이 모여 있었으나 종단의 책임자들은 보이질 않았다. 이미 많은 큰스님들과 종단 간부들은 모두 연행되고 난 뒤였다. 그러나 언론을 침묵만 지켰으며, 여러 가지 소식은 입에서 입으로만 전달될 뿐이었다. 그러다가 계엄사령부가 11월 14일에 수사결과를 발표하였다. 당시 3000여 사찰에 3만여명의 군인과 경찰을 투입하여 조사하였다고 한다. 그들이 제시한 명분은 자체정화능력을 상실한 불교계의 비리를 척결하고 폭력배를 뿌리뽑으며, 부정부패를 일소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것이다.

300여명의 스님을 연행하고 56명을 구속시켰으며, 남양주 흥국사에 40여일을 강제로 강금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삼청교육대까지 끌려간 스님도 있고, 고문의 후유증으로 운명을 달리하거나 건강을 잃은 스님들도 있다. 또한 각종 언론에서는 스님들의 비리를 앞다투어 과장보도하기 시작하였다. 엄청난 치부를 한 것처럼 보도하여 마치 불교계를 이 세상에서 가장 부패한 집단으로 매도하고, 스님들을 파렴치범으로 취급했다. 우리불교계를 대변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신도들중에서도 내화부동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 사건의 배경에는 신군부의 명분쌓기와 조계사 총무원과 개운사 총무원으로 나누어져 이전투구가 되어 투서를 일삼았던 불교계 내부의 갈등이 점화가 되었다. 필자는 이 과정에서 보지 않아야 될 것을 보았다. 동료가 잡혀가서 심한 고초를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권력에 아부하여 종권을 잡으려고 하는 무리들이 준동하는 것을 보았다. 뿐만 아니라 10·27법난의 앞잡이 노릇을 한 사람들은 다름 아닌 재가불교인들이었으며, 종단에서 파견한 일부 군법사들도 있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일이다. 또한 당시 대선지식으로 꼽혔던 큰스님들조차도 일언반구의 항의나 나무람도 없었다. 앞으로도 총칼 앞에 이렇게 나약해져야 할 것인지 우리는 다시 한 번 반성해야 보아야 한다.

종단에서는 기회 있을 때마다 이 문제를 거론하였으나 신통한 답변은 없었고, 1988년 12월에 강영훈 총리의 사과담화만 있었다. 그 뒤 진상조사와 보상은 유야무야 넘어가고 말았다. 이번에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모든 과거사의 잘못된 문제의 진상을 조사한다고 하니 반드시 재조사되어 불교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파사현정의 엄벌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조사위원회에 가장 피해를 입은 불교계는 빠지고 기독교와 천주교만 들어 있다니 이것부터 잘못된 것이다.

또한 군부의 조사뿐만 아니라 종단이나 종회 차원에서 당시 종단의 불화로 신군부에 문제의 빌미를 제공하였거나 모략하는 투서를 일삼았거나 내화부동하였던 불교계의 인사들도 함께 조사하여 다시는 개인의 영달을 위하여 종단을 팔아먹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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