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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심과 증오의 끝

기자명 법보신문
공 종 원
언론인

요즘 우리사회의 관심은 단연 비무장지대 내 GP에서 발생한 ‘총기난사’사건에 모아지고 있다. 스무살 남짓의 젊은이들이 한꺼번에 8명이 죽고 4명이 다쳤다는 것이 황당하고 거기에 범행을 저지른 젊은이가 다른 사람 아닌 이들의 동료였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아서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계획적인 범행이며 완전범죄를 꿈꾸면서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고 적의 소행으로 위장하려다 발각되었다는 것이 전부다.

왜 이런 엄청난 일이 일어났는가, 어떤 과정으로 일어났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추측만 난무할 뿐이다. 범행을 저지른 김 일병이 사실을 사실 그대로 진술할 때까지는 그게 쉽사리 밝혀질 것 같지도 않다.

지금까지 거론되는 범행 동기는 김 일병이 상급자들로부터 인격모독에 가까운 언어폭력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긴 것이라는 것이 군의 발표다. 또 다른 군의 조사기관은 구타와 가혹행위 이외에 금전거래 문제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가해자의 진술에만 의존한 부실 수사’라며 군 당국이 밝힌 김 일병의 범행동기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은 오히려 김 일병이 수많은 동료를 수류탄과 총기를 이용해 무차별 사살하는 포악한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은 그 자신의 어떤 문제가 있어서가 아닌가 의심한다. 심지어 어떤 이는 김 일병이 컴퓨터 게임 중독으로 그런 범행을 한 것이라고 단정한다. 게임을 생활화하고 있는 요즘 신세대들은 컴퓨터 화면 위에서 무수한 생명체를 살육하는 것에 익숙하다. 그 때문에 가끔 현실과 가상을 구별하지 못하고 엉뚱한 범행을 하는 일이 그리 드물지 않다.

얼마 전엔 한 게임광 젊은이가 자신이 만든 캐릭터를 컴퓨터에서 다른 사람이 살해했다고 그 사람을 찾아가 게임방에서 살인하는 일까지 생겨났다. 그러니 그 또래 게임광인 김 일병이 현실세계의 상급자들에 대한 증오를 게임같이 해소하는 식으로 총기를 난사하는 엉뚱한 짓을 저지른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현실과 가상세계를 혼돈한 범행을 하고도 언제까지 별다른 가책이 없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 의문이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도 김 일병은 동료를 몰살시키고 나서도 태연히 초소에서 경계근무를 섰고 현장검증 때도 ‘미워서 죽였다’고 하며, 하등 자신의 행동에 가책도 미안함도 표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인격을 모독한 점만 중시하고 자신의 보복 살인행동에 대한 반성이 전혀 없다. 하기야 요즘 사람들은 한다하는 국가 지도자까지도 자신의 정당성만을 내세우며 사회적 공준을 무시하는 말과 행동을 능사로 하고도 아무런 반성과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그런 판에 몇일 전에는 10대의 고교생이 ‘빌려간 돈을 갚지 않는다’고 친구를 때려 숨지게 한 사건도 일어났다. 1주일 전에 빌려준 4천원을 갚지 않는다고 친구의 가슴을 발로 차 숨지게 하고는 ‘친구와 레슬링 장난을 하다가 잘못해 죽은 것’이라고 경찰에서 거짓 진술을 했다가 들통이 났다. 빚을 갚지 않는 것도 물론 잘한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친구를 때려죽인다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1주일’의 기간과 ‘4천원’이 한 친구를 죽음으로 몰았다는 것은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 남의 잘못을 응징할 수 있는 권리가 내게는 있다는 식의 확신을 갖는 요즘 사람들의 행태를 이 10대는 잘 보여주고 있다.

무서운 것은 다른 사람의 잘못은 과대포장하고 자신의 정당성은 무한대로 확대하는 요즘 사람들 특히 이렇다하는 권력자들의 사고와 행동이다. 복수심과 증오의 화신같은 이들이 지금 우리 사회를 지옥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인가 한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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