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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심의 힘

기자명 법보신문
박 찬 희
중앙대 겸임교수

TV로 운동 경기를 보면 선수들 사이에 실력 차이가 많이 나 보입니다. 못하는 선수를 보면 ‘내가 해도 저만큼은 하겠다’는 생각도 들지요. 하지만, 실제로 가까이서 보면 보통 사람들은 어림도 없습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수련한 실력인데다 직업이니 만큼 죽기 살기로 한 것이기 때문에 일반인과는 하늘과 땅 차이지요. TV로 볼 때는 별 것 아닌 것 같아 보여도 막상 같이 해보면 엄청납니다. 주먹깨나 쓴다는 사람들도 프로 권투 선수와 링에 서면 3분 내내 몸에 손 한번 스치기가 힘들고, 동네 테니스 챔피언이 수준급 선수와 붙으면 한 점 따는 것이 힘듭니다.

남들 얘기만이 아니라 제 경험이기도 합니다. 군대 다녀온 분들은 축구 선수 생활 조금 한 사람이 경기장을 혼자 누비는 것을 기억할 것입니다. 반대로, 상당한 수준의 실력에 이른 전문 선수들의 경우 경기력의 차이는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이 작은 차이가 실전에서는 크게 드러나 보일 뿐입니다.

그런데 왜 스타 선수와 보통 선수가 있을까요? 전문가들에 따르면 ‘톱 스타’로 불리는 선수들과 ‘보통 선수들’의 차이는 위기상황에서 드러난다고 합니다. 공 하나에 승부가 갈라지는 상황에서 나오는 그림 같은 플레이는 스타 선수를 더욱 빛나게 합니다. 하지만 그 정도 플레이는 적어도 선수라면 누구든 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스타로 불리는 선수들은 그런 위기상황에서 평소 실력이 좀 더 잘 나오는 것입니다. 테니스 선수들의 경기 중 동작을 아주 느리게 돌려서 보면 라켓의 스윙에서 작은 진동이 보입니다. 사람의 몸이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스윙의 궤적이 정확히 균일하지 않고, 심리적 불안감 때문에 흔들리는 것이지요. 흔히 몸이 긴장해서 굳는다고 얘기하는 것도 실은 이 동작의 반응이나 흐름이 평소보다 원활하지 못하다는 얘깁니다. 중요한 상황에서 압박을 느끼면 이 흔들림은 더 커집니다. 야구 선수들의 배팅이나 피칭 동작도 마찬가지이고, 농구 선수들의 슛 동작도 같습니다.
그러면 이 차이는 어떻게 좁힐 수 있을까요? 우선 오랜 시간에 걸친 수련으로 이 흔들림의 폭을 줄여가는 것입니다. 연습을 계속 하면 몸에 익어서 무의식적으로 좋은 동작이 나오는 것이기도 합니다. 격투기에서는 지르기나 막기 동작 하나도 2만번을 연습해야 실전에서 제대로 쓸 수 있다고 합니다. 어떤 기술을 ‘할 수 있다’는 것과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는 얘기지요. 그 다음은 심리적 압박과 불안감 자체를 줄여가는 노력입니다. 훈련이란 운동 기능 자체를 기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감을 쌓아서 심리적 안정을 더 잘 찾게 돕기도 합니다. 다양한 상황을 이겨낸 경험은 더욱 자신감과 안정을 쉽게 도와주는데, 이것이 산전 수전 다 겪은 ‘노련한’ 선수들의 힘입니다. 선수들에게 극한 상황에서의 훈련도 시키고 혹은 마인드 콘트롤로 압박과 불안을 이겨내는 연습도 하는 이유입니다. 특별한 끼가 있는 경우는 압박 속에서 더 잘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고 합니다. 생각해 보면 마음과 몸이 서로 통한다는 것을 여기서도 보여주지요.

다소 복잡하게 얘기했지만 정리해 보면 평소 실력만 제대로 해도 훌륭한 선수라는 얘기고, 훈련이란 것도 기술만이 아니라 마음을 다지는 노력이란 얘깁니다. 불가의 가르침과 비슷하지 않습니까? 스님들의 용맹정진이나 재가불자들의 소박한 기도나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도 있지요. 우주의 진리를 찾아 나서는 수행에는 못 미치더라도 스스로의 마음이라도 다스릴 수 있다면 그 또한 값진 일이겠지요.

운동만 그렇겠습니까? 우리 일상의 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복잡하고 꼬인 일도 가만히 생각해 보면 엉켜있는 것은 상황 그 자체보다 상황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인 경우도 많습니다. 평상심으로 돌아가 하나씩 풀어가는 차분함, 일하는 사람의 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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