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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일 근무제, 대책은 있는가

기자명 법보신문
윤 청 광
방송작가

2005년 7월 1일부터 본격적인 ‘주 5일 근무제’가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되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국민들의 생활양태가 혁명적으로 바뀌고 있다. 토요일의 도심지는 텅텅 비어가고 도심지의 식당, 카페, 상점들은 손님이 별로 없어 파리를 날리고 있다. 바야흐로 전체 국민의 생활패턴이 급변하고 있다.

필자는 이미 수년 전부터 우리 앞에 다가올 ‘주 5일 근무제’를 앞두고 우리 불교계가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우리 보다 앞선 서양의 여러 선진국들이 우리 보다 먼저 ‘주5일 근무제’를 시행한 바 있었고, 그 부작용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이 바로 서양의 종교계였던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주5일 근무제’ 가 확대 실시되면서 사람들은 금요일 오후만 되면 대부분 온 가족이 자동차를 몰고 도심을 떠나 산과 들과 강과 바다로 인생을 즐기러 떠나기 시작했고 일요일에 열리던 ‘일요예배’에는 자연 참석자가 급격히 감소하여 서양 종교의 존립마저 위험하기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소비 패턴도 급격히 변하기 시작하여 레저, 유흥, 외식 비용은 크게 늘어나고 다른 소비 지출은 자연 감소하여 경제에는 엄청난 변화와 영향을 끼쳤다. 도심지 빌딩가의 모든 업종은 쇠락의 길을 걷는가 하면 쾌적한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산이나 강변, 바닷가의 유원지나 관광지는 반대로 사람이 몰려들어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리고 이런 혁명적인 생활패턴의 급격한 변화는 주말 비용의 과분한 지출과 이에 따른 수입 감소로 결국은 경제적 부담으로 되돌아오게 됨으로써 또 하나의 부작용으로 우려되고 있다. 일하는 시간은 줄어들어 그만큼 수입은 감소될 수밖에 없는데, 반대로 주말비용의 지출은 늘어남으로써 가계를 압박하게 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임금 인상 요구를 하게 될 것이므로 자칫하면 임금 인상 투쟁을 상습적으로 촉진시킬 우려가 있다.

바로 이런 시점에서 우리나라 불교가 재빨리 손을 써야 할 일이 있다. ‘주5일 근무제’로 시간이 남아돌아간다고 해서 무작정 금요일 오후에는 전 가족이 도시를 떠나 왕창왕창 소비와 향락에 빠지다가는 그 가정은 머지않아 파탄지경에 이르고 말 것이다. 돈은 별로 많이 들이지 않고도 심신의 피로를 풀 수 있고, 온 가족이 함께 즐기면서 보람도 얻을 수 있는 건전하고 알뜰한 주말 프로그램을 사찰마다 마련해서 금요일 오후면 도심지로부터 몰려나오는 저 수많은 가족들을 넉넉히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주5일 근무제’는 그야말로 불교계를 위해서는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그 동안 간헐적으로 마련되었던 ‘산사 음악회’에 예상보다도 훨씬 더 많은 인파가 몰려드는 것만 보아도, 지금 우리나라 국민들이 무엇을 목말라 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큰돈을 쓰지 않고도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그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온 가족이 함께 보고 즐기면서 인생의 보람과 긍지를 느끼고, 새로운 인생을 위해 배우고 느끼고 다짐할 수 있는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제공된다면, 사람들은 오지 말라고 해도 종교를 초월해서 자연속의 사찰로 꾸역꾸역 밀려들 것이다.

바로 이들을 위해서 가족단위로 즐기면서 배우고 느끼는 가슴 뿌듯한 건전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은 물론 적당한 노동과 울력, 각종 특색 있는 강좌와 체험과 수행프로그램까지 곁들인다면 한국불교는 ‘주5일 근무제’의 혁명적인 생활변화를 고스란히 불교의 영역 안으로 끌어들이고 품에 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별다른 준비도 없이 그저 몰려나오는 주말족들을 구경만 하고 있어가지고는 저 많은 주말가족들을 하나의 관광객으로만 여길 뿐, 오히려 수행환경을 망치는 귀찮은 인파로 취급하게 될지도 모른다.

‘주5일 근무제’는 분명 불교계에는 하나의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이 좋은 기회를 불교계가 제대로 활용할 만큼 준비를 갖추느냐, 갖추지 못하느냐에 한국불교의 미래가 달려있다. 도회지를 탈출해 나오는 저 많은 주말가족들을 과연 우리는 어떻게 맞아들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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