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폭력, 가정에 있어선 안 될 이름

기자명 법보신문
이 은 영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최근 연이어 발생하는 많은 사건사고 중 그 어느 것보다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 사건이 있다. 10여년을 본인과 자녀를 상습적으로 폭행해온 남편을 살해한 것이다. 한두 대 맞는 것으로 끝나는 단순 폭력이 아니라 십수 년 지속되어온 끔찍한 폭력 앞에 자신과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안타까운 선택을 한 것이다.

다른 한 사건은 40대 중반의 이혼한 아들이 매일 술을 마시며 어머니를 폭행하고 죽이겠다고 협박한 사건이다. 이제 어머니는 아들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가 된 것이다. 이처럼 가정폭력은 어느 누구보다 사랑하고 아껴야할 대상에 대한 폭력인 만큼 그 결과 생기는 심신의 상처는 평생토록 남을 만큼 크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부여받은 가장이 중심이 되는 가부장중심의 사회분위기가 은연중에 이러한 폭력을 묵과하게 했다. 부부싸움에 있어서는 아직도 가족이라는 사생활의 범위 안에 두고 드러내길 꺼려한다. 때리는 가해자나 맞는 피해자까지도 가정폭력이 범죄라는 인식은 거의 하지 않는다. 가정폭력은 더 이상 개인의 닫힌 공간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개적인 공간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부부싸움도 정도가 있지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이고도 습관적인 폭행은 더 이상 칼로 물 베기가 아닌 범죄이다.

자녀에 대한 폭력도 그 심각성이 만만치 않다. 자신의 의사표현이 분명한 성인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그 폭력의 상흔이 완성되지 않은 그들의 인격에 영향을 미쳐 남은 일생에 커다란 장애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혈통주의, 친권주의 전통아래에서 아이들을 마치 부모의 소유물로 생각하고 부당한 권위와 힘을 행사하는 아동폭력도 그 자체로 심각한 범죄라는 사회의식에로의 변화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자녀들의 부모에 대한 폭력은 앞서의 두 폭력과는 조금 성격이 다르다.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리며 어른에 대한 존대가 가장 큰 규범이었던 과거와 달리, 핵가족화로 인한 가정의 파괴와 교육의 부재가 낳은 가장 큰 비극이 아닌가 한다.

폭력이야기를 계속하다보니 “두 가지 평화로운 폭력이 있다. 즉, 법률과 예의범절이다.”라는 괴테의 말이 생각난다. 가정폭력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이 말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 가정폭력의 문제를 더 이상 외부의 간섭을 배제하는 가족 내의 사생활문제로 방치해서는 안 되고 우리 사회모두의 문제로 인식하여 그 범죄성은 법률과 제도로 다스리고, 보다 근원적인 해결책으로는 기존의 가부장적인 가족의미, 친권의 의미에 대해 변화된 현실을 반영한 전반적인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사회인식의 변화 토대 위에 우리 고유의 전통을 계승하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건전한 가족문화와 가족예의범절을 창조해야 한다. 불교인은 인격체로서 가족간에 서로 존중하는 문화를, 우리 안에 내재해 있는 폭력성을 누르고 대화를 통해 이루어야 한다. 내면의 수련을 통해 가정폭력의 상처를 회복하고 폭력의 전염성을 극복할 때에야 그 대물림은 끝이 날 수 있을 것이다.

불교계는 가정폭력에 대해 과거의 인식을 버리고 피해자들에게는 피난처제공, 상담을 통한 치료, 복지 서비스 등을, 가해자에게도 상담과 치료를 통해 폭력의 쓴뿌리를 극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예전부터 관심을 가져왔던 가정폭력에 대해 최근 관련 법안을 준비하면서 느낀 사태의 심각성을 우리 모두가 공유하길 바라며, 바로 올바른 가정상, 가족문화의 확립이 가치혼란의 사회에서 가장 근본적인 대안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폭력, 가정 안에서 만큼은 더 이상 들려서는 안 될 이름이다.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