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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디파 마〈하〉

기자명 법보신문

하루 단 한 번의 호흡이라도 알아차려라

1967년 인도로 돌아온 디파 마는 전문적인 수행처에서 행해졌던 전통적인 위파사나 수행법을 바쁘게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서 특별한 수행법으로 정교하게 바꾸어 가르쳤다. 디파 마는 마음챙김 수행은 말하고, 다림질하고 요리하고, 쇼핑하고, 아이를 돌보는 등의 모든 행동의 매 순간에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디파 마가 말하는 마음챙김 수행의 전 과정은 ‘우리가 무엇을 하더라고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디파 마는 시끄러운 일상생활 속에서 수행의 힘이 발휘될 수 있다는 믿음을 굳게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그녀를 존경하는 어떤 사람은 “가정생활을 하는 이들의 수호성자”라고 불렀다.

정기적인 수행과 일상생활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느냐는 질문에 디파 마는 “삶에서 수행을 분리할 수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디파 마의 이 말은 일상생활을 떠나 달리 수행한다는 것은 불가능함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평상심이 도’라는 선가(禪家)의 말을 접한 적이 없었겠지만, 디파 마의 가르침은 진정한 수행은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현장에서 가능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디파 마도 일정 기간은 집중수행을 한 적이 있지만, 그 녀의 수행처는 바로 딸을 기르면서 살아가는 일상생활이었음을 알 수 있다. 재가자의 가정이 바로 수행처가 된다면, 일상의 모든 행동이 마음챙김의 대상, 관찰의 대상이 된다면 마음챙김이 순간순간 이어질 것이고, 마음에서는 탐욕과 성냄이라는 번뇌가 생겨나지 않게 될 것이다. 이렇게 마음은 순간 순간 정화되어 가는 것이다. 생활 속의 수행이라는 모토는 평범한 재가 여성이었던 디파 마의 삶이었고, 깨달음이었고 가르침이 되었다.

무엇을 하건 알아차리는 게 수행

“지금 수행하십시오. 다음에 더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라는 디파 마의 말은 즉시현금(卽是現今) 갱무시절(更無時節)이라는 임제스님의 가르침을 떠오르게 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단 5분 동안만이라고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수행을 하라고 가르친 디파 마는 만일 5분 동안 수행할 시간도 없다면, 잠자리에 누워 잠에 들기 전에 한 번의 호흡이라도 알아차리라고 말한다.

현대인들은 바빠서 수행할 시간이 없다고 할지도 모른다. 디파 마는 그러한 현대인에게 바쁨 자체가 수행이라고 역설한다. 자신이 바쁘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아는 것을 떠나서 수행을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계산을 하고 있다면, 계산하고 있는 사실을 알면 된다. 사무실로 뛰어가고 있다면 뛰어가고 있는 동작에 마음챙기지 않으면 안 된다. 먹고, 양말신고, 옷을 입고, 신을 신는 동작을 할 때, 마음챙겨야만 한다. 이 모든 것이 바로 수행이다.


인내심이 수행 진전의 요체

디파 마는 또한 수행의 향상을 원한다면 한 가지 수행법을 집중적으로 행할 것을 권유한다. 디파 마는 처음 수행을 시작한 이래 한 방식의 수행법을 초지일관 닦았다. 포기하지 말고, 여기저기에서 이 수행법 저 수행법으로 찾아 뛰어다니지 말라고 한다. 자신에게 알맞은 수행법을 찾아서, 백척간두에 이를 때까지 계속 그 수행을 하라고 한다. 백척간두간 여러 가지 어려움이 생겨나기 시작하는 곳이다. 초보 수행자들이 자주 빠지는 문제는 이러한 수행의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문제를 특정한 수행법에 있다고 보는 점이다. 이러한 어려움에 부딪힌 수행자에게는 다른 수행법이 더 나아 보인다. 하지만 수행에서 부딪히는 어려움은 단지 수행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믿을 만한 표식이다. 어려움이나 의심이 일어나더라도, 어쩔수 없이 경험하는 향상과 퇴보를 넘어 수행을 계속해나가면, 가장 어두운 곳을 지나서 빛이 보이는 때가 온다는 것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하면 정진은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 처음 수행에 마음을 낸 단계와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그 어려움을 극복하는 단계, 마지막으로 목적지에 이를 때까지 지속하는 노력이다. 디파 마는 바로 이러한 가르침을 바탕으로 수행에서 부딪히는 어려움은 바로 수행이 올바른 길로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니 수행법을 바꾸지 말고 열심히 더 수행을 하라고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디파 마는 인내심이 마음챙김과 마음집중을 향상시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강조한다. 어려움을 만날 때가 인내심이 발휘되어야 할 때이다. 이러한 인내심도 디파 마의 삶과 수행을 통해 그대로 들어나고 있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어려움을 피할 곳은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잘 알아야 한다. 인내란 평생동안 닦아야 하는 수행이다. 인내심을 기를 때, 마음은 성숙하게 된다.

미국 재가자 수행 견인

디파 마는 우리 마음은 모든 이야기라고 한다. 우리 마음에는 오직 이야기만 있을 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마음에는 개인적인 아이덴티티를 만들고 유지하는 개인의 드라마만이 있을 뿐이다. 이 드라마는 바로 우리가 누구이고, 어떤 일을 하고, 무엇이며,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보여준다. 이렇게 마음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우리 삶을 움직이고 한정짓는 생각의 끊임없는 연속이 이어질 것이다. 그렇지만 마음은 변하지 않는 실체가 없는 이야기일 뿐이다.

디파 마는 “나는 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제자들에게 이처럼 묻습니다. “정말입니까?” “누가 말하고 있습니까?” “왜 할 수 없지요?” 이러한 물음을 던지면서 디파 마는 제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관찰하도록 격려합니다. 스스로 만든 한계를 넘어 그 이야기가 실체가 없음을 깨닫도록 도와줍니다. “생각은 그냥 지나가도록 내버려두세요. 수행은 생각하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디파 마는 마음은 없애버려야 하는 적이 아니라는 점도 가르쳤다. 마음과 친구가 되고, 그 마음을 알아가고 받아들일 때, 문제는 해결된다고 한다.

디파 마의 가르침은 1970년대 초반에 인도에 와서 정신적인 수행의 길을 찾던 서양인들에게 길을 제시해 주었다. 특히 미국의 1975년에 설립된 위파사나 수행협회(Insight Meditation Society, IMS)의 창립자이던 조셉 골드스틴(Joseph Goldstein), 잭 콘필드(Jack Kornfield) 그리고 새론 살스버그(Sharon Salzberg)가 큰 영향을 받는다. 조셉과 새론은 현재 IMS의 핵심적인 지도법사이며 이들의 삶과 수행에 디파 마는 큰 영향을 주었다. 인도의 재가 수행자이자 깨달음을 얻은 성자로 추앙받던 디파 마의 힘은 이들 미국의 수행자를 통해서 미국 재가불교 수행의 한 흐름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김재성(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강사)
metta4u@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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