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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개선의 새로운 전기

기자명 법보신문
고 유 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평양에서 열린 ‘6·15통일대축전’에 남북당국이 참가함으로써 고위급 대화의 문이 열렸다. 특히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함으로써 정체됐던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 한반도 ‘위기국면’을 ‘대화국면’으로 전환하는 획기적 전환점을 마련했다. 정동영-김정일 면담이 갖는 북한의 대미 메시지는 미국이 북한 지도자와 체제를 인정하고 공존에 기초한 협상을 하면 핵을 버리고 개혁·개방을 본격화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이 북한에게 국제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면, 북한도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정상국가’의 일원이 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무조건 회담복귀를 요구하는 미국이 김 위원장의 발언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가 여부다. 미국이 김 위원장의 6자회담 복귀 의사를 “또 하나의 북한의 수사일 뿐”이라며 일축하고 ‘리비아방식의 선 핵폐기’를 고수할 경우 북핵 해결의 돌파구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부시 2기 행정부의 대북정책 라인이 3차 6자회담에서 제시한 ‘구체안’을 기초로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수립하여 부시 대통령을 설득한다면 북핵문제 해결은 가속화할 것이다.

한편, 이번 면담에서 나타난 남북관계와 관련한 김 위원장의 생각은 6·15 선언 5주년을 맞아 남북공동선언의 정신과 내용을 되살려서 남북관계를 원상회복하자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참여정부 출범 이후 대북송금 특검, 조문불허, 대규모 탈북자 입국 등을 문제 삼아 남북관계를 정체시켰다. 하지만 원칙과 신뢰에 입각한 호혜적인 남북관계 재정립과 북한의 태도변화를 강조한 우리 정부의 일관성 있는 대북정책 추진에 내부자원이 고갈된 북한으로서는 더 이상 버텨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지난 6월 21일부터 24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제15차 남북장관급회담은 면담에서 논의한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에 대한 합의 과정이었기 때문에 비교적 순조로웠고 합의 사항도 많았다. 이로써 남북관계가 1년여의 정체기를 거쳐서 원상회복, 정상화한 것이다. 당과 지도자가 결심하면 무조건 관철해야하는 북한체제의 특성상 김 위원장의 약속은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이러한 북한내부 논리 때문에 향후 남북관계 전반에 상당한 수준의 관계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남북관계가 진전할 수 있는 새로운 계기를 마련한 것은 6?15 선언을 통해서 공존공영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북핵문제를 둘러싼 북한과 국제사회와의 갈등 등으로 6·15 공동선언 이후 남북관계 개선 노력이 위기에 빠지기도 했지만, 분명 남북관계는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철도도로연결 등 3대 경협사업의 지속적인 추진은 휴전선을 허물고 남북이 공유한 땅인 ‘중립지대’를 만들어 전쟁위험을 감소시키는 긴장완화 효과도 동시에 발휘하고 있다.

남북관계 진전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정세가 불안정한 것은 북-미 갈등 때문이다. 북한과 미국은 한국전쟁 이후 계속되고 있는 북-미 적대관계를 해소하지 못하고 상호불신과 대립갈등을 지속하고 있다. 남북간에는 공존에 합의했지만, 북미간에는 공존을 합의하지 못했다. 북한이 미국과의 대적관계와 불신을 풀고 공존을 합의하기 위해서는 먼서 남북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 남북관계가 진전되면 미국에 대한 남북한의 입지가 강화된다. 남북관계 정상화로 6자회담 개최분위기가 무르익어가고 있다. 6·15 선언의 기본정신은 남북공존과 한반도문제의 당사자 해결원칙의 구현이다. 그러나 북핵문제로 한반도문제는 국제화되고 있다. 6·15 선언 발표 5주년을 맞아 남북한 모두 한반도문제의 외세결정론적 사고에서 탈피하여 핵문제의 주도적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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