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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법 모르면 佛法도 不法된다

기자명 법보신문
장 용 철
윤이상평화재단 사무처장

유사종교(類似宗敎) 행위가 용인될 수 없듯이 ‘유사복지(類似福祉)’ 행위도 용납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최근 아동학대 혐의로 ‘불교사회복지 10년’의 이미지를 크게 훼손한 수경사 사태도 그동안 우리나라 사회복지의 한 축을 떠맡아 온 종교계의 사회복지가 더 이상 ‘유사복지’형태로 남아서는 안 된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종교는 관행적으로 복지활동을 펼쳐왔다. 그것은 종교 존립의 대의명분인 동시에 국가와 사회의 요청이기도 하였다. 사회복지정책 도입 역사가 일천한 우리나라에서는 국가가 책임져야할 상당부분의 민생복지를 종교계가 도맡아 온 것이 사실이다. 현재에도 정부의 턱없이 부족한 사회복지 예산의 일정부분을 ‘위탁체’ 또는 ‘참여복지’라는 이름으로 종교계가 분담하고 있다. 종교계의 인적, 물적 자원의 역할 분담 없이는 우리나라 사회복지 정책이 올바로 정착되기도 어려운 실정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수경사 사태가 세간의 비판을 면치 못하는 것은, 더 이상 종교계의 선의의 관행적 복지행위가 정상적인 복지행위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불교계는 보살행의 일환으로 무연고 아동들을 사찰에서 키우는 경우가 많았고, 이는 자비문중인 불교의 미덕이요, 전통처럼 여겨져 왔다. 그러나 우리사회의 많은 부분이 민주화되고, 투명화되면서 사회복지도 사회복지법령에 의해 정책이 집행되는 전문적인 영역으로 진입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각종 인권유린과 불법의 온상처럼 지목되는 전국의 미인가 시설을 양성화하기 위해 오는 7월31일까지 시한을 정하고 복권기금으로 조성된 840억원을 중점지원하는 등 강력한 조건부 양성화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이 정책은 신고 시설들의 준비 부족과 타성적 복지관행으로 인해 신고자체가 부실했고, 신고 시설조차 그 이행이 부실하여 다시 상당기간 유예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미인가 시설들의 대부분이 종교계에 소속된 시설인 점을 감안하면 종교 사회복지야말로 개혁되지 않으면 안 되는 한계 상황에 이른 것이다.

10여년 전 ‘소쩍새 마을 사건’이나 지난해 ‘꽃동네 사건’, 그리고 이번 수경사 사태처럼 유사 사건이 반복되는 것은 종교사회복지의 관행이 얼마나 뿌리 깊은 가를 보여준다. 이제 사회복지를 종교적 관행이나 미덕으로 행하는 시대는 지났다. 종교복지도 공적인 성격의 사회복지인 이상, 실정법에 따라야 한다. 세간법을 무시하면 불법(佛法)도 결국 불법(不法)이 되고 마는 것이다. 이번 문제가 된 수경사의 경우, 단위사찰에서 아무런 신고도 없이 무연고 아동들을 맡아 키운 것 자체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을 수 있는 아동복지법 위반인 것이다.

아동복지의 경우, 아동복지법 및 영유아보육법에 의거, 시설장은 자격증을 갖춘 전문인이어야 하고, 시설은 설치 기준에 부합되어야 한다. 종교복지의 정신은 종교적이어야 하지만, 복지의 실천은 철저한 실정법 준수를 필요로 하는 것이 시대의 요청인 것이다. 그동안 불교사회복지가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인정받아 깨달음의 사회화에 크게 기여한 점을 생각하면, 이번 수경사 사태는 일선 현장에서 고생하는 불교사회복지 종사자들에게는 매우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불교 사회복지가 또한 세인들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오랜 종교적인 관행과 힘을 앞세워 실정법을 무시하고, 관성을 고집하려는 고질적인 아집을 벗어나고 있지 못하는 탓이다. 사후 약방문이 될 수 있겠지만 이번 수경사 사태가 불교사회복지의 허와 실을 다시 한번 냉철하게 진단하여 한 단계 성숙시키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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