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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듣는 불공이면 더욱 좋으련만

기자명 법보신문
신 규 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

이맘 때 쯤이면 여름도 깊어가고 각 절에서는 우란분절 입재를 하여 선망 부모와 상세 조상을 천도하는 불공이 한창이다. 우란분절은 음력으로 7월 15일이니 양력으로 환산하면 8월 19일 금요일이 된다. 해서 각 절에서는 이날을 회향일로 맞추어 7월 2일 토요일에 49일 기도 입재를 해서 매주 금요일 마다 제사를 지내며 회향을 준비한다. 우란분절을 다른 말로는 백중이라고도 하는데 불교 경축일 중에서 큰 행사의 하나로 손꼽힌다. 수행을 많이 하신 수도승들의 공덕에 힘입어, 그 수도승이 빌어주면 돌아가신 영가가 극락을 왕생한다는 불교적인 신앙에 기초한 것이다.

극락이 있다고 불교적인 신앙에서야 그렇다고 하니 그런가보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입증할만한 것은 아닌 듯싶다. 그렇지만 불공의 내용을 가만히 들어보면 그 짜임새나 염불의 내용에서나 어느 모로 보다 그렇게 믿고 싶어진다. 우리들을 극락으로 안내하시는 아미타불을 불러 모시는 거불을 시작으로 해서, 해당하는 영가의 혼을 불러놓고는 그 영혼에서 한 말씀 올린다.

“그대 영가의 신령한 본질은 본래가 청정하여 시간이나 공간에 걸림이 없고 생사의 윤회도 없습니다. 이런 경지는 석가세존의 소식이며 달마조사의 깨친 바입니다. 오늘 초청되신 영가시여, 이런 소식을 아시겠습니까? 만일 이 소식을 아신다면 법신을 깨우쳐 주림을 면하소서. 그렇지 못하거든 부처님의 위신력과 법력을 빌어 이 단에 강림하시어 법공양을 받으시고 무생법인을 증득하소서.”

이렇게 착어를 하고 요령과 목탁을 치면서 영가를 불러놓고는 신묘장구대다라니 한편을 읽어준다. 그리고는 법주가 영가들을 청하여 자리에 앉히고는 차를 공양하고 진지를 공양하고 과일을 공양하고 향을 공양하고, 장엄염불을 하면서 헌식을 한다. 이렇게 음식을 대접하고 부처님 말씀을 읽어주고 나서는 극락세계로 가시라고 권한다. 그러기에 앞서 먼저 바른 가르침을 일러주신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는 극락세계로 향하는 발걸음을 옮기게 한다. 그러면서 법주는 이렇게 염불을 한다. 4대로 이루어진 몸뚱이도 무상하고 마음도 모두 덧없고 공한 것이니 집착하지 말고 어서 빨리 이 사실을 깨치기를 당부한다. 그리고는 극락세계로 잘 가시라고 염불을 한다.

이렇게 진행되는 염불을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그 순서의 짜임새로 보나 그 내용으로 보나 참으로 이치에 맞고 장중한 설법 그 자체이다. 그 어느 법사가 있어서 이렇게 딱 맞게 설법을 할 수 있을까? 음악적으로 보아도 아름답다. 착어송을 비롯하여 작법에 따라 소리를 지어 다게(茶偈) 올리는 것은 참으로 감동스럽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일반 대중들이 이 아름답고 거룩한 절차와 내용을 모르는 점이다. 법주스님이나 바라지 스님이 서로 호흡이 맞아 법식에 맞게 소리를 내고 4물을 다루어 법회를 진행하면 그야말로 최고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못하다. 염불을 하는 스님들이 별로 없다. 그저 자기식대로야 모두 하기야 하지만 제대로 된 것은 아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참선도 안 되고 강경도 안 되는 것이 현재 한국불교의 현실이다. 그저 포교해야겠다는 의욕인지 욕심인지 그것들만 앞서서 분주하게 뭔가 하기는 하는 것 같은데 도무지 앞이 보이질 않는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부처님 앞에서 행하는 각종 의식을 익혀야 한다. 우선 급한 대로 불공의식과 시식과 그리고 다비의식을 배워야 할 것이다. 그러고 나서 시간 남으면 능력되는 대로 참선을 하던 경전 연구하던 아니면 포교를 하던 해야 할 것이다.

이 여름도 다 갈 무렵이 되면 백중이 돌아온다. 돌아가신 조상을 위한 염불도 하고, 그런 염불을 하면서 산 사람도 그 내용을 듣고 인생에 변화가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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