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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 증가와 언어폭력의 업보

기자명 법보신문

인간 질병 상당수는 사회가 낳은 ‘마음병’

남 지배하려는 공동 無明에 자각-참회를

인간만이 사회생활을 영위한다. 군서생활을 하는 동물이 있으나 그것은 사회생활이 아니다. 오직 인간만이 언어활동을 펼친다. 언어활동은 인간의 마음이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이미 사회적인 존재양식을 선천적으로 지니고 있음을 나타낸다. 자연적인 사고로 다친 경우를 제외하면, 인간의 질병은 거의 심인성(心因性)이고, 이것은 또한 사회생활이 분비한 것이겠다. 말하자면 마음의 병은 사회생활의 병이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엄청난 심신의 질병들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암의 발생이 세계가 놀랄만큼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생활에서 마음이 편치않고, 불쾌감이 누적되어 드디어 암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자살율도 과거에 비하여 엄청나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사는데 즐거운 재미가 없으면, 사람은 살아가기 힘들다. 즐거운 재미도 다 사회적이다. 즐거움이 없으면, 사람들은 술과 섹스에 탐닉한다. 그것도 신통찮으면, 결국 마약이다. 한국사회가 술과 섹스에 거의 무방비 상태에 놓여있다는 것은 그만큼 소유의 지배와 무관한 존재론적 삶의 재미와 즐거움이 희소하기에 생긴 현상이겠다.

불교가 우리 사회를 구해야 한다. 이것은 불자나 스님들이 현실에 참여하여 판단의 예각을 날카롭게 세우라는 것이 아니다. 의견대립을 날카롭게 하면서 참여하는 것은 우리사회를 복스럽게 하는 길이 아닌 것 같다. 내가 열나게 주장하는 의견이 반드시 남들의 의견과 일치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 날카로운 의견대립들이 얽히고 설켜 증오의 욕설과 감정의 메울 길이 없는 골만이 점점 깊이 파인다. 우리 사회는 너무 흥분되어 있다. 조급한 격정의 감정이 온 나라를 휩쓸고 있는 것 같다. 격정적인 구호와 구절은 사려깊은 말의 깊이보다는 오히려 단세포적인 감정의 호오를 더 부각시킨다. 나라의 정신문화가 이미 추상의 정신으로 채워져 가고 있다. 추상의 정신은 호오의 격정을 대외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하여 그럴 듯한 명분으로 이념화한다. 추상의 정신은 늘 자기의 생각으로 사회를 지배하려는 강한 소유의식에서 다중을 사로잡는 기교를 찾는다. 추상의 정신치고 구체적으로 이모저모하는 생각하고 공부하는 참 인물이 없음을 과거의 역사가 말한다. 추상의 격정에 너무 매달리는 사회는 결국 멸망한다.

지배명분은 다중들이 열광적으로 동참하여 무리를 이루어야 행세를 한다. 다중은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순간적 호오의 감정에 맞기만 하면, 그 이상의 생각은 필요없다. 추상의 정신은 아무리 명분상 도덕주의적 기치를 내걸더라도 결국 안으로 보면 상업주의적 전략과 아주 닮았다. 다중이 열광하지 않는 추상의 정신은 김빠진 맥주와 같다. 그래서 추상의 정신은 사람들을 열광케 한다. 그러나 열광한 의식들은 어떻게 해야 사회가 공동의 복을 지을 것인가를 알지 못한다. 사회가 흥분하면, 공동의 지혜가 생기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복을 받으려면, 공동의 복을 우리가 함께 지어야 한다. 그래서 사회적인 적개심과 전투적 행위를 고요히 진정시켜 우리의 작복(作福)행위를 방해하는 공동업장이 무엇인지 성찰해야 한다. 개인업이 아무리 좋더라도 사회적 공동업장이 두터우면 그 개인업은 빛을 보지 못한다. 왜냐하면 인간의 마음이 이미 사회적인 것으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마음은 사회에서 표현된다. 마음이 괴로워 생기는 심인성 병에 우리가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으면, 우리는 우리를 괴롭게 하는 사회적 공동업장이 무엇인지 참회하는 마음으로 성찰해 보아야 한다. 공동업장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한국인이 지어온 역사적 공동 무명에 다름 아니라면, 그 업보를 알아차리게 하는 일을 불교가 수행해야 하겠다. 그러기 위하여 우리는 서로서로 말로서 남을 매도하고 불쾌하게 흥분시키는 적대행위를 삼가야 하겠다. 우리는 너무 말을 함부로 거칠게 내뱉고, 거짓말을 물마시듯 하는 반사회적 습관에 젖어 있는 것이 아닌가? 암 발병률의 놀라운 증가는 말을 너무 거칠게 하는 우리의 공동업과 무관하지 않는 것 같다.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kihyhy@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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