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알찬 여름 산사 수련대회

기자명 법보신문
보 광 스님
동국대 불교대학원 원장

해마다 여름이면 각 본사를 비롯하여 전국의 사찰은 수련대회 준비에 바쁘다. 소승도 어릴 때에 불교학생회를 다니면서 여름방학에 행하는 수련대회가 많이 기다려졌다. 선배들과 지도교사의 가르침을 따라 유명사찰에서 행하던 수련대회는 결국 나를 출가의 길로 접어들게 했다.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어느 해 범어사에서 있었던 수련대회 중 저녁예불 시간에 스님들이 치던 북소리였다. 큰 장삼을 입고 치는 북 솜씨에 빠져들었다. 어떻게 손놀림이 빠르던지 춤을 추는 것과 같았으며, 장삼에 오조가사를 한 모습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한 해는 밀양 표충사에서 수련대회를 하였는데, 항상 마당에서 풀을 뽑던 노스님 한 분이 계셨다. 그런데 수련회가 끝나던 날 그 노스님이 법문을 하시는데 얼마나 감명을 받았던지 잊지 못하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유명하셨던 혜안 스님이셨다.

당시 경주 분황사의 주지로 부임해 오신 도문 큰스님께서는 학생회에 많은 애정을 가지고 지원해 주셨다. 분황사에서 영남불교 중·고등 학생회 수련대회를 주최하였는데 약 450여명이 몰려와서 절에서 하지 못하고, 경주고등학교를 빌려서 한 적도 있었다. 이 때 신심을 내어 출가한 여러 법형제들이 지금도 불교활동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올 여름에도 각 사찰에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가지고 수련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에 들어서 송광사, 해인사, 월정사, 대흥사 등의 수련대회는 몇 차례에 걸쳐서 하고, 일찍 신청하지 않으면 참석이 불가능할 정도로 세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런데 수련대회에 참석하고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몇 가지 문제점이 있는 것 같다. 첫째는 대부분 수련 프로그램이 천편일률적이라는 것이다. 한 사찰에서 한 프로그램을 그대로 모방하여 시행하므로 각 사찰마다 특색이 없다는 것이다. 둘째는 수행을 지도하는 스님들이 출가한지 얼마 되지 않는 초보자들이라는 것이다. 아직도 학인이거나 아니면 예비승인 사미들이 맡다보니 인격적인 감명이나 상담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셋째는 육체 중심의 고행을 위주로 지도한다는 것이다. 산사를 찾을 때는 정신적인 수련을 위함인데 너무나 육체적인 고행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언제 시간이 지났는지 자신을 돌볼 여가조차도 없다고 한다. 삼보일배나 3000배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산사의 수련대회는 육체적인 유격훈련과는 다르다. 육체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함이라고 한다면, 군에 입소하거나 민간단체에서 시행하는 수련프로그램이 얼마든지 있다. 넷째는 편의시설이 대단히 불편하다고 한다. 요즈음과 같이 대부분 아파트 생활을 하다보니 화장실, 사워시설, 잠자리, 식사 등이 재래식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도회지에 사는 손자들이 자주 시골로 오게 하기 위해 화장실을 수세식으로 개조했다는 어떤 할아버지의 말을 들은 일도 있다. 다섯째는 만약의 사고에 대비하여 보험을 들어두어야 할 것이다. 여러 대중이 모이다보면 어떠한 일이 발생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그러므로 사전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알찬 수련대회가 되고 신심을 돈발하기 위해서 각 사찰에 맞는 프로그램의 개발과 큰스님의 적극적인 지도와 참여가 필요하며,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와 정신적인 법문이 절실히 요청된다. 그리고 현대인들을 맞이하기 위해 사찰의 편의시설을 개조해야 하며, 만에 하나를 위하여 보험이나 식중독 등 안전사고에 대비하는 장치를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그래서 해마다 전국의 유명사찰에서 행하는 수련대회를 순회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포교에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모쪼록 열심히 준비하고 지도하는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