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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행의 의미

기자명 법보신문
박 찬 희
중앙대학교 교수

사람은 본능적으로 괴로운 것을 피하고 즐거운 것을 찾습니다. 따라서 스스로에게 괴로움을 주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금욕과 고행은 많은 종교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 같습니다. 석가모니 부처의 고행을 보면 다양한 수행자들이 저마다의 고행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또 석가모니 부처님이 고행을 그치고 타랍죽을 받아 드시는 모습을 보고 몰래 숨어서 따르던 사람들이 실망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저는 고행에 대해 감히 논할 만큼 잘 알지도 못하고 충분한 체험도 없습니다만, 이 장면에서는 고행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는 있는 것 같습니다. 고행이 오래 견디기 시합이 아닌 바에야 고행을 그친 석가모니 부처를 탓할 일은 아닌데, 왜 그분들은 실망했을까요? 한번 삐딱하게 생각을 해 봅시다. 깨달음이 시험을 봐서 검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국가공인 자격증을 주는 것도 아니니 누가 깨달은 사람인지는 쉽게 알 수가 없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이상한 소리 몇 마디 하고 옆에서 덩실덩실 춤이나 추면서 깨달았다고 해도 할 말이 없지요. 그러다 보니 (적어도 우매한 대중들 앞에서는) 무엇인가 남다른 체험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비판적인 인류학자는 고행이 깨달음의 과정이라기 보다는 일반인들이나 다른 수행자들에 대한 차별화의 수단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는 해석을 합니다. 또한 고행에서 얻은 종교적 체험이 극한의 상황에서 갖는 몽환적 현상이란 해석도 있습니다. 자, 이런 삐딱한 시각에서 보면 어느 날 고행을 중단한 석가모니 부처님이 뼈를 깎는 수행을 하고 있는 다른 수행자들에 비해 모자란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요. 그렇다고 남들 눈이 있다고 계속 고행을 하는 것도 어이없는 일이니 석가모니의 행동은 소박한 진실성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그런 오해를 넘어 만인의 등불이 되신 것은 결국 고행이 그 자체로만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깨달음으로 가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고행을 거쳐 깨달음을 얻은 성인의 예는 작은 어려움도 못 견디는 일반 대중들에게 경외감을 갖게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고행 속에서 얻으신 깨달음이지 남다른 체험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고행은 깨달음에 도움이 되는가? 이것도 제 수준을 많이 넘는 얘기지만, 생활 속의 예로 조금은 설명해 볼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힘든 세상에 우리의 삶도 일정부분 고행을 담고 있고, 작은 깨달음이나마 찾아가는 것은 다들 비슷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늘 신나고 즐거운 사람은 없습니다. 언제든 어려움이 있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 의미를 찾기보다는 금방 잊곤 합니다. 당장 괴로운 것을 피하고 잊어버리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사려 깊은 사람은 그 속에서 작은 깨달음을 얻습니다. 일이 어렵게 진행될수록 뜻했던 일의 본래 의미에 대해 더 생각해 보고 자신의 마음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됩니다. 먼저 3000배를 한 신도에게만 친견을 허락한 스님도 계셨습니다.

스스로의 문제에 대해 먼저 곰곰이 돌아보라는 말씀이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비록 고행에는 한참 못 미치는 아주 작은 어려움이라도 깨달음에 이르는 계기로서는 꽤 의미를 갖는다는 얘기가 됩니다. 이것은 사회 전체로 확대해도 비슷합니다. 경제가 어렵고 세상 일도 뒤숭숭합니다. 새로운 틀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는 사람도 있고, 어설픈 이상론에 입각한 한풀이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쨌든 우리 사회는 이런 대립 속에서 답을 찾아가야 합니다. 그 동안 이런 대립 속에서 문제를 풀어가는 경험이 부족했으니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이런 과정에서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많은 것들을 스스로 깨달아갈 것입니다. 떠 빨리 더 많이 깨닫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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