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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 스캔들’의 불교적 깨우침

기자명 법보신문
공 종 원
언론인

‘도청 스캔들’이 날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역대 정권의 권력자들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정적이건 동료건 할 것 없이 수하의 특수 정보기관을 시켜 모두 도청하고 있었다는 것으로 이야기는 더 이상 부연할 필요가 없다. 이는 또 고금동서의 정치 권력가들이 얼마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거의 해오던 수법과도 일맥상통하기 때문에 유독 도덕성을 거론한다는 것이 면구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이 사건에 관련된 신문기사를 보면서 불자들은 아마도 두 가지 점에서 특별한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한다.

그 하나는 이 사건의 발단이 된 도청테이프를 만든 안기부 비밀도청팀 ‘미림’의 팀장이던 공운영 씨가 자신이 저지른 일로해서 자해하는 사태가 일어난 점이다. 이를 불교에서는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거나 ‘자업자수(自業自受)’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이를 더 깊게 폭넓게 말하자면 ‘인과응보(因果應報)’라고 할 수도 있겠다. 남의 불행을 고소하다고 하는 뜻에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한 사람이 자신이 저지른 일로 해서 심각하게 고심한 끝에 그것을 피하기 위해 다른 행동을 했는데 오히려 그것이 문제를 푸는 약이 되지 못하고 다시 자신을 궁지로 모는 원인이 되었다는 점이 너무 절실하고 분명하기에 놀라서 하는 말이다.

공 씨는 자신이 몰래 빼낸 도청 테이프가 공개되고 자신의 인터뷰가 파문을 일으키자 중압감에 견디지 못해 자살을 결심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비밀업무의 말로가 이렇다. 절대 이런 일, 특수 임무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안기부에서 나올 때 들고 나온 도청테이프가 도리어 자기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온 상황에 대해 안타까와 하고 고심했다고 한다. 그는 ‘만일’을 위해 들고나온 테이프를 정작 자신은 이용하지 못하고 외부 인사에게 이용당하면서 결과적으로 자신이 모든 죄를 감당하게 된 사태의 추이 앞에서 당황하며 절망했을 것이다. 그는 자술서에서 “모든 것을 낱낱이 폭로함으로써 사회가 다시금 제자리를 찾고 과거를 청산하는데 한 역할을 하고도 싶었지만 이제 모든 것을 무덤까지 갖고 가겠다”면서 자살하는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자신이 또다시 원인을 만들어서 자신의 행동 때문에 또 다른 업보를 초래하지 않으려는 심산이었을 듯 싶다. 하지만 과연 자신이 스스로 벌하는 것으로 영원히 인과가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그는 불교에서 더 배웠어야할 것 같다.

또 하나 공씨의 말에서 절실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다. 한 신문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의 깨달음을 설명하고 있는 데 그게 너무 핍진하다는 것이다. “업무 수행상 남들이 느껴보지 못한 엄청난 충격과 함께 세상만사(世上萬事)가 이렇게 되어가고 또 이렇게 해서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는구나 하는 경험을 했다”고 밝히고 덧붙여 “우리 사회는 서로 간 이해 대립에 따라 입에 담지 못할 정도의 아첨, 중상모략, 질투, 이루 말할 수 없는 혼돈의 연속이었다”면서 “물론 그 중에서는 양심적이고 정도를 걷는 분들도 보았다”고 한 점이다.

하지만 그렇게 혼돈에 빠져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 우리네 이웃들의 행태를 보면서 너무 서글프지 않을 수 없다. 인생은 원래가 고해라지만 이렇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업보의 두려움을 모르고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부처님이 구하려던 것이라는 점을 새삼 깨닫지 않을 수 없다. 그나마 그런 와중에도 “양심적이고 정도를 걷는 분들이 있었다”는 그의 전언에 우리가 희망의 증거를 발견하게 되는 지도 모른다. 입에 거론할 것도 없는 저급한 인생들이 사회를 더럽혀도 그 가운데 아직도 양심과 정도를 지키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 사회가 유지되는 것이란 생각도 든다. 세상을 맑고 향기롭게 하는 고상한 정신과 선행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불자들 가운데서 충만해 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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