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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폐사지 1지킴이 운동을 전개하자

기자명 법보신문
장 용 철
윤이상평화재단 사무처장

체계적인 폐사지 보존 대책이 절실하다. 전통사찰보존법과 문화재보존법 틈새에 끼여 한국불교의 침향(沈香), 오천년의 그루터기인 폐사지가 갈수록 풍화되고 있다. 지금까지 총체적인 현황조사가 없어 정확한 수치조차 파악이 어렵지만, 전국에는 약 2000여 개의 폐사지가 산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가운데 사적지로 지정되어 국가의 보호를 받는 곳은 불과 30여 곳. 시도 기념물로 제정되어 겨우 유적지 보호 울타리에 들어 온 것을 포함해도 50여 곳을 넘지 않는다.

폐사지 보존 대책이 시급한 것은 전체적인 현황조사도 서둘러야 하지만, 관리의 주체가 모호하여 복원을 꿈꾸는 불교계와 지방정부 부처 사이에 충돌 현장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서산 보원사지가 그러하고, 양주 회암사지도 그러하다. 문제는 결국 법정까지 가도 불교계가 불리하다는 것이다. 분명 폐사지의 정서적인 주인은 불교이지만, 현존하는 사지의 대부분은 국공유지이거나 사유지이기 때문에 불교계의 주장에 무리가 있는 것이다.

폐사지의 보존 원칙은 명확하다. 폐사지는 폐사지대로 역사의 현장이다. 때문에 보존가치가 있는 폐사지들은 제대로 된 발굴 작업을 통해 원형보존을 해야 한다. 다만 관리 차원에서 불교가 직접 관리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기 때문에 복원 방법을 생각하되, 제도적인 근거를 마련하여 체계적으로 하자는 것이다. 또한 아직까지 사적지 지정이 안된 폐사지들을 유형별로 분류하여 더 훼손되기 전에 보호의 틀 속에 하나라도 더 들여 놓자는 것이다.

얼마 전 경주시와 문화재청은 대대적인 황룡사지 복원 계획을 내놓아 불자들을 고무시켰다. 황룡사지는 현존 당시 신라의 국력을 상징하던 동양 최대의 사찰이었으므로 황룡사지를 복원하는 것은 세계문화유산을 지닌 경주시의 자긍심을 한층 높이는 국가적 대작불사가 될 것이다. 그러나 청주 흥덕사지에서 보듯이 불상을 모셔놓고 점안도 없이 법당에 자물쇠를 채우는 식의 복원은 불교계의 기대를 저버릴 수밖에 것이다.

폐사지를 제대로 보존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령의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현행 문화재보존법으로는 현재 이상의 효과적인 방법을 찾기 어렵다. 최근 원주 법천사지의 경우에서 보듯이 발굴 작업을 시작하고도 사적지가 아닌 도 기념물이기에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장기간 방치가 불가피한 것이다. 장마철을 앞두고 발굴된 유구마저 또 다시 유실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불교계의 보호막인 전통사찰보존법은 살아있는 사원만을 대상으로 한 법률이기에 폐사지를 담을 그릇이 아니다. 그렇다고 성곽이나 고분과의 형평성 때문에 폐사지만을 위한 법률을 따로 만들기가 곤란하다면 전통사찰보존법을 폐사지 보존까지 포함하는 개정작업을 통해 폐사지를 단순한 사지가 아닌 잊혀진 가람 터로 보존방식을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비가 새는 방안에서 이 비가 왜 새는지 생각하며 빗물받이 그릇이나 늘어놓는 우화처럼 폐사지 보존 대책도 궁리만을 하다가 결국은 그나마 남은 것조차 다 망실될 위기에 처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선은 불자들 중심으로 시민운동 차원에서 ‘1폐사지 1지킴이 운동’이라도 펼쳐지기를 제안한다. 비록 항구적인 방법은 못되지만 수순한 아마추어 정신으로라도 생각 있는 불자들이 폐사지 하나씩의 지킴이가 되어 더 이상의 훼손을 막자는 것이다. 마침 주5일제 근무도 전사업장으로 확대되어 웰빙 문화가 확산되고 있으므로, 여행 삼아 한 달에 한번 정도라도 자기 폐사지를 돌보는 지킴이가 된다면 이 또한 불법을 수호하고 수행하는 이 시대의 포살행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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