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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

기자명 법보신문
사람들은 모두가 제각기 인생의 가장 소중한 순간들을 갖고 있다. 어떤 이는 아주 어렸을 때의 기억을, 어떤 이는 초등학교 입학식, 또 대학에 합격했을 때, 결혼식 등 저마다의 아름다운 순간을 추억하며 살고 있다. 그런 여러 순간들 중 누구나 ‘아~ ’하며 동의하는 순간, 하지만 거의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이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그것은 엄마가 사랑 가득 담아 아기를 안고 자신의 젖을 먹이고 있는 순간이 아닐까? 요즘도 그런 사진을 보면 아름다움을 넘어서 어떤 성스러움, 경외감을 느끼는 것이 우리네 인간의 감정이다.

약간은 생뚱맞은 이런 이야기를 꺼내게 된 것은 얼마 전 나의 오랜 사진들을 정리하면서 발견한 사진 때문이다. 많은 사진 중 첫째 아기에게 젖을 먹이고 있는 모습이 찍힌 사진을 보게 된 것이다. 그 단란했던 시절 이후로 계속된 학자로의 삶과 최근 국회의원으로서의 삶 속에서 아이들을 제대로 보살펴 주지 못했던 것이 늘 맘에 걸렸었는데 그 한 장의 사진은 아련히 내 맘을 어루만져 주었다. 어머니의 마음은 그런 것이 아닐까?

현대사회를 이야기하며 우리는 도덕과 윤리가 무너진 사회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어른들은 물론이거니와 아직 어린 학생들에게서 벌어지는 차마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범죄소식을 접할 땐, 앞으로 우리나라의 미래가 어떻게 될까 걱정되기도 한다.

이런 사회적 현상을 대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가정파괴, 가정과 학교에서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한탄하지만 올바른 해결책을 내어놓지는 못하고 있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여러 가지 원인과 해법을 내놓고 있지만 난 가장 큰 원인으로 사랑과 관용이 부족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레 진단해본다. 그리고 좀 더 구체적으로 나아가 그 사랑을 가장 아름답고도 직접적으로 전달 할 수 있는 기회인 모유수유, 그 모유수유율이 10%대로 지나치게 떨어지는 것에서도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그런 아름다운 사랑의 전이, 정서적 안정을 주는 기회를 무참히 박탈해 버리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것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우리사회는 지금 가짜 모유와 가짜 젖꼭지가 판을 치고 있다. 급격하게 증가하는 맞벌이 부부와 마음 놓고 수유하거나 착유할 수 있는 복지시설이 마련되어 있지 않는 사회적 환경은 “모유를 대체할 만한 것들이 많다”라고 우리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있다. 그리고 모유대체식품 업체들의 무분별한 광고와 모자보건기관에의 판촉활동은 모유가 아니더라도 아기에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끊임없이 우리를 세뇌시킨다. 게다가, 엄마가 모유를 먹이고 싶어도 병원이나 산후조리원, 조산소 같은 곳에서 산모와 아기를 격리시켜놓는 잘못된 관행 등은 이러한 현상을 더욱 악화 시키고 있다.

지금까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나 역시 지난 이십년간 모유수유증진을 위해 소비자시민모임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다. 이제는 국회의원으로서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어린아기들의 건강을 위해 “젖먹이의 건강증진을 위한 법률”을 제출하려 한다.

불교계에서도 보살의 마음으로 말 못하는 아기들에게서 지금껏 뺏어왔던 것, 하지만 진정 필요한 것을 되돌려 주는 데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세계모유수유주간을 맞아 우리에게 소중한 것이 진정 무엇인가를 돌아보고, 더 늦기 전에 바로 잡을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때가 오기 전에...

이은영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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