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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경수행 박명옥 씨 하

기자명 법보신문
버려진 이들 60명 가족처럼 돌봐
숱한 고난 경전 독송하며 이겨내


버려진 땅을 개간해 농사를 짓고 개를 사육해 마련한 수입으로 공동체 생활을 시작했다.‘불자가 운영하는 저렴한 복지시설’이 있다는 소문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서 전국 각지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며 자기 가족을 맡아달라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식구는 점점 늘어났다. 20명이 30명이 되고 30명이 다시 40명이 되더니 결국 60명이 넘는 이들이 이곳에서 생활하게 됐다. 장소가 협소해 컨테이너를 개조 목욕탕과 식당, 화장실 등으로 사용하다 보니 불법 건축물에서 환자를 수용한다며 관청으로부터 제재가 시작됐다. 당시의 고초와 어려움을 어찌 다 표현을 할 수 있을까.

다시한번 지인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부지를 마련하고 건물을 신축해 정식 절차를 거쳐 1995년 보건복지부로부터 유료양로원의 허가를 취득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더욱 큰 아픔이 나에게 찾아왔다. 그동안 함께한 가족들은 65세 미만의 환자들이 대부분으로 유료양로시설에서는 함께 살수 없는 이들이었다. 어려움을 나누며 웃고 함께 생활하던 식구를 떠나보내야 한다는 가슴앓이는 결국 견딜 수 없는 고통만으로 내게 주었다. 또 부지를 사고 건물을 지을 때 사용한 비용들은 고스란히 빚으로 남아 나의 마음을 더욱 옥죄어 왔다.

남은 사람은 나를 포함해 모두 4명. 도망가고만 싶었다. 더 이상 헤쳐 나갈 돌파구를 찾지 못한 나는 머리를 깎고 산으로 들어가려고도 했다. 하지만 나만을 바라보고 의지하는 눈빛들 때문에 그러지도 못할 실정이었다.

무겁게 짓누르는 내면의 갈등으로 번민에 쌓여 있을 즈음 이웃에 사는 형님이 나를 찾았다. 그리고 “자넨 전생에 복 짓는 일을 많이 한 사람”이라며 『천수경』과 1000주(珠)를 선물로 주셨다. 그리고는 하루 한번 시간을 정해 기도를 해보라는 것이었다.

처음으로 『천수경』을 펼쳐 읽어 내려갔다. 처음으로 1000주도 돌려봤다. 처음으로 의지할 곳이 생겼다는 이유인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지난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모두가 하나같이 참회할 일 뿐이었다.

자살을 시도했던 일, 따뜻한집 가족들을 잘 보살피지 못한 일, 사회에 분노했던 일, 이웃에 대한 원망과 불평…. 그렇게 『천수경』을 매일매일 독송하고 하루하루를 참회하며 생활해 나갔다.

차츰 원망과 고통이 사라져 갔다. 주변에 대한 원망이 없으니 내 삶은 평안해 졌다. 일을 해도 신이 났고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나는 오늘 하얀 박꽃과 노란 호박꽃을 보며 아름다움을 선물한 이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애완견 단비를 보며 다음 생에는 사람으로 태어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따뜻한 집에서 생활하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매일 삼배를 올리며 다음 생에는 나의 언니 동생으로 태어나 더 잘 모실 수 있게 해달라고 기원한다. 작은 나무 그늘에도 감사하고, 삼복더위에 내리는 시원한 빗줄기에도 고마움을 느낀다.

『천수경』을 만나고부터 어쩌면 그렇게 신비하고, 예쁘고, 사랑스럽고, 귀하지 않은 것이 없는지. 이 모든 것이 부처님의 가피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얼마 전부터는 『금강경』 독송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끝을 맺고 있다. 내 삶을 고귀함으로 바꿔 놓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다시한번 감사하며 모든 불자들이 날마다 좋은날 되기를 기원한다.


노인요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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