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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에 기초한 화해협력 필요하다

기자명 법보신문
고 유 환
동국대 교수

올해는 광복 60돌을 맞는 해이자 분단 60년이 되는 해이다. 우리 민족은 해방과 함께 통일 민족국가를 건설하지 못하고 이념과 체제를 달리하면서 서로 상대방을 부정하는 데서 자기 정체성을 찾는 자폐적 정의관에 사로잡혀 제로섬게임(먹고 먹히는 게임)을 해왔다.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동족상잔의 6·25전쟁은 미국과 중국이 개입하면서 국제전인 한국전쟁으로 비화하고 아직 우리는 반세기가 넘도록 정전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같이 민족 이익보다 진영 이익이 우선했던 냉전시대 남과 북은 흡수통일과 적화통일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체제경쟁을 지속했다.

사회주의권이 붕괴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냉전구조의 해체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초 한-소(러)수교, 한-중 수교가 이뤄지면서 한국과 사회주의권 국가들과의 관계정상화가 이뤄졌다. 그러나 북한은 일본과의 관계정상화 노력이 실패하고, 미국과 수교하지 못했다.

지금 세계는 이념중심의 진영논리에서 탈피하여 경제적 실리중심의 지역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1, 2차 세계대전에서 숙원관계에 있던 유럽국가들이 유럽연합(EU)을 결성하고 지역중심의 실리를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탈냉전의 시대흐름에 뒤처진 남과 북은 시대착오적인 소모적인 대립갈등을 지속함으로써 성격은 다르지만 각각 심각한 경제위기에 봉착하기도 했다.

2000년 6월 정상회담을 통해서 남과 북은 화해협력, 공존공영을 합의했지만 패러다임의 전환은 쉽지 않았다. 남북공존을 합의한 6·15 선언 5주년을 맞아 다시 남북관계 정상화를 이루기까지 남과 북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상대를 부정해야 자기 정체성이 있었던 적대관계에서 상생의 공존관계로 남북관계 패러다임을 바꾸는 과정에서 신·구 패러다임간의 갈등도 있었다. 우리 사회에서는 ‘남북화해시대 남남갈등’이란 역설이 형성되기도 했다.

북한은 그들이 만들어놓은 ‘주체의 논리’ 때문에 자본주의 국가들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데 있어 정체성의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6·15 선언 이후 남북관계는 정세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가다 서다를 반복해 왔다. ‘6·17 정동영-김정일 면담’ 이후 남북관계는 다시 급진전하고 있다. 8·15 행사에 참가한 북측대표단이 국립 현충원을 참배한 것은 불행했던 과거 청산과 남북 공존의지를 과시한 것이다.

남북간에는 공존에 합의했지만, 북미간에는 공존을 합의하지 못했다. 북한은 미국과의 대적관계와 불신을 풀고 공존을 합의하기 위해서 막바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4차 6자회담에서 당사국들이 공동문건 작성을 놓고 조율에 나섰지만 합의도출에 실패하고 3주간 휴회하기로 했다. 비록 3주동안의 휴회에 들어갔지만 비관할 단계는 아니다. 결렬이 아닌 휴회를 선언한 것은 참가국 모두 북핵해결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끝장토론’에 임하겠다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북한이 북핵협상에 앞서 ‘한반도 비핵화가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고 한 것은 ‘수령’의 권위를 빌어서라도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국제사회에 강하게 내비친 것이다. 미국이 지도자 중심의 유일체제란 북한체제의 속성을 잘 이해하고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면 테러문제에 있어 북한변수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휴회 기간 당사국들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구축을 목표로 실질적이고 진전된 내용의 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물밑 접촉을 지속하여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방안을 만들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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