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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수행 이옥순 씨 상

기자명 법보신문
IMF로 사업 실패로 빚더미 올라앉아
절망서 참선 한 후 비로소 희망 가져


더웠던 올 여름, 구슬 같은 땀방울을 흘려가며 무더위와 싸우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시원한 가을바람을 기다렸나 보다. 오늘은 신선한 바람이 불어와 절로 힘이 났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지금의 나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 그러나 지금의 행복이 있기까지 나도 많은 시행착오와 시련을 겪었다. 비록 보잘 것 없는 내 이야기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희망을 잃고 방황하는 분들에게 이 이야기들이 조금이라도 힘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쓴다.

나는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그런대로 좋은 집안으로 시집와 자상한 시어머니와 남편과 함께 풍족한 여유로움을 누리며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았다.

그러나 IMF와 함께 찾아온 남편의 사업 실패는 우리의 가정에 큰 시련을 주었고 남편은 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무리한 대출을 하였으며 그 결과 가정의 부채는 점점 더 늘어가기만 했다. 남편은 우리 가족에게 닥친 위기를 숨기기 위해 전전긍긍하였고 남모르게 몇 년 동안 가슴앓이를 하였고 뒤늦게 이 사실을 나에게 고백했다. 한 번도 세상 경험이 없는 나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었고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어떻게 손을 써야할지 눈앞이 깜깜했다.

‘왜 내가 이런 일을 겪어야 하지?’ 하는 억울한 생각에 며칠을 울고 또 울었다. 아직 대학생인 세 아이들과 앞으로 살아갈 생각과 걱정으로 눈앞이 캄캄했다. 그러면 그럴수록 점점 어둠의 수렁으로 깊이 빠져드는 듯했고 저희 가족에겐 앞으로 희망이란 보이지 않았다. 극심한 우울증으로 몇 번이나 죽을 생각도 했었다.

가지고 있던 재산들을 다 처분하고도 많은 빚이 남았지만 이 수많은 빚을 떠안고도 그래도 뭔가를 시작해야 했다. 빚도 갚고 우리 가족도 살아야 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당시의 좌절과 고통으론 절대 일어설 수 없었을 것만 같았다.

시어머니는 이런 우리 부부를 걱정해 주시고 10년 전부터 다니시는 금정선원의 대명화라는 보살님을 소개시켜 주셨다. 평소에도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이 분과의 만남을 통해 우린 희망이란 단어를 오랜만에 떠올리게 됐다. 이 분은 우리에게 범어사 휴휴정사에 주석하고 계신 대정 큰스님을 뵙게 해 주셨고 이를 통해 불교와의 깊은 인연이 시작된 것이다.

큰스님의 법문을 통해 가슴 속에 되새기고 우리를 힘들게 했던 것들은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 쓸데없는 어리석음이란 걸 깨닫게 되었다.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을 때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되었고 마음속의 화(火)를 다스릴 수가 있었다. 이 때 스님께 이뭣고 화두와 불명을 받았고 다음 날부터 집과 선원에서 참선을 시작했다.

불교라면 일년에 두세 번 사찰을 방문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스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는 동시에 대명화 보살님의 지도아래 참선을 배우고 경전을 읽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가 난감하기만 하던 나날들은 정진을 거듭할수록 마음이 너그러워지고 자신감이 생겼다. 다 버리고 앉아서 오로지 화두에 집중하다보면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고 그런 일들이 자연스럽게 실천이 되면서 일에 대한 자신감과 용기도 생겼다. 모든 것이 없어지고 나니 오히려 모든 사람이 아름답고 고맙다는 마음도 물결처럼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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