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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비-보시금도 격식을 갖추자

기자명 법보신문
신 규 탁
연세대 교수

성스러운 수도의 공간인 사원과 세속의 상징인 돈은 서로 잘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대사회에서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 외국은 물론 한국의 절에서도 승려들이 생산에 직접 종사하는 경우는 없다. 결국 모든 사원은 경제적인 자원의 근원이 시주 또는 지방자치단체 또는 국가의 보조에 근원한다.

사원의 재원 중 하나로 시주는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국가 단체가 보조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이것은 한국의 사원이 문화재인 경우가 많다보니 국가에서는 문화재 보호 및 관리의 차원에서 보조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이 경우 해당 관청은 의회의 동의를 얻어 예산을 확보하여 실행하고, 그런 뒤에는 보고하고 평가를 받는다. 그러니까 관청에서 나라 돈으로 절 건물을 고쳐주는 것은, 그것이 넓은 의미에서 국가의 재산이므로 그 관리에 국민의 세금을 쓰는 것이다.

그러면 불교 신도들이 하는 시주에 담긴 이념은 무엇이며, 그 시주는 어떠한 격식에 따라 진행되는가? 교회나 성당의 경우, 아주 단순화시켜 말한다면 창조설을 근거로 설명할 수 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하나님이 창조한 것이므로 주인이신 하나님의 것을 다시 하나님에게 되돌려 드리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인 열에서 아홉을 사람이 쓰고 그중의 일부인 하나를 하나님께 되돌리는 셈이다. 성서의 이념에 따라 안식일을 지키며 그날 회중들이 모여 제사의 형식을 통해 바친다.

그러면 불교는 어떤 사상적 근거에서 신도들이 시주를 하는가? 사시불공을 올릴 경우 이렇게 공양게송을 읊는다. “공양시방조어사(供養十方調御士) 연양청정미묘법(演揚淸淨微妙法) 삼승사과해탈승(三承四果解脫僧) 원수애납수(願垂哀納受) 원수자비애납수(願垂慈悲哀納受)”

한자로 된 것인데 우리말로 풀어보면 이렇다. “시방세계에 계시는 부처님과, 청정한 불성을 들추어내는 미묘한 가르침과 성문승, 연각승, 보살승, 수다원, 사다함, 아나함, 아라한, 해탈하신 스님 등등의 수도자와 이렇게 삼보 전에 공양을 바치오니 제발 자비로서 받아주시옵소서”

석가부처님이 살아있을 때에는 인도의 풍습에 따라 재가 신도들은 수도자들에게 음식을 비롯한 수도에 필요한 물건 등을 제공했다. 초기의 불교도 역시 그랬고 남방불교에서는 지금도 그렇다. 부처님 돌아가시고 몇 백 년이 지난 뒷날 대승 불교가 일어났다.

그런데 대승불교 역사의 내면을 잘 들여다보면 절에 보시하는 이념은 위에서 인용한 공양게송에 그 정신이 녹아들어 있다. 불교의 세 가지 보물인 삼보에 공양을 올리는 것이다. 농업경제사회에서는 농산물을 공양했던 것이 화폐경제사회가 되면서 돈을 바뀌었을 뿐이다. 공양을 올리는 그 행위가 수행하는 행위의 하나였다. 그런데 수행에선 그에 걸맞은 격식이 있다. 간경은 간경대로, 염불은 염불대로, 참선은 참선대로, 그 격이 있고 식이 있다. 보시의 수행도 마찬가지이다.

부처님께 마지를 올리는 격과 식이 그것이다. 법당에서 착복하고, 사물을 울리고, 범패·축원을 하면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일수 아줌마 도장 찍듯이 사무실 책상 위에서 다달이 인등 기도비 받고 영가별로 위패 기도비 받는 것은 도대체 어디에서 근거한 격식인가?

위패기도와 인등기도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나는 개인적으로 그것을 권장한다. 다만 일수 도장 찍듯 사무실에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인등 기도 또는 영가 기도할 사람에게 각각 봉투를 잘 포장하게 하여 법당에서 거룩한 불교의식 속에서 삼보 전에 공양을 올려야 된다는 것이다. 음식이나 돈이나 법도에 맞지 않으면 추하다. 절에 들어온 돈이나 음식은 모두 불단에 올렸다가 내려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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