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도 검버섯이 피었네 그랴.” “자네도.” “자네는 이제 삭기 시작하네 그려.” “이렇게 우리가 나란히 지붕에 얹혀 비바람과 눈과 태양빛을 쪼인지 벌써 얼마나 됐나?” “까마득해서 이젠 기억도 나지 않네 그려.” “지금까지는 어쨌든 그럭저럭 잘 버텨왔지만 앞으로는 어찌될지 몰라.” “글쎄 또 이렇게 무정한 세월이 하릴없이 흐르겠지.” 지붕위에 나란히 얹혀진 기왓장들이 나직이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어느 듯 이끼가 슬고 마모되어가는 우리도 어깨동무를 풀지 말고 한 세상 소용이 다하는 날까지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 - 문경 대승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