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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타결의 의미

기자명 법보신문
고 유 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추석명절 마지막 날 베이징으로부터 북핵 타결이란 희소식이 날아왔다. 6개항으로 이뤄진 공동성명은 북핵 해결의 원칙과 방향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을 모색하는 등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를 위한 기본 틀을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로써 6자회담 참가국들은 1994년 10월에 만든 제네바 북-미 기본합의를 대체할 새로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만들었다.

협상의 막판고비였던 ‘뜨거운 감자’인 경수로 제공 문제를 ‘적당한 시점’에 논의하기로 합의함으로써 북-미 양국은 파국을 막고 공존에 기초한 관계 정상화를 이룰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기로 약속하는 대신 미국은 핵무기나 재래식 무기로 북한을 공격하거나 침략할 의사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함으로써 양국은 핵포기와 체제보장을 주고받았다.

미국이 재래식 무기로 침공할 의사가 없다고 확약한 것은 북한 체제보장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북한 지도부는 미국으로부터 불가침 확약을 받아냄으로써 내부 강경군부를 설득하고, 선군정치를 내세우는 ‘군사국가체제’를 ‘정상국가체제’로 되돌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가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고까지 하면서 이번 회담에 전례 없이 적극적으로 나온 것은 핵개발문제로 국제사회와 갈등을 지속할 경우 체제위기 심화에 따른 내부 폭발(implosion)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2차 북핵위기 이후 국제적 고립 심화와 압력의 가중으로 북한 지도부는 핵포기라는 ‘전략적 결단’을 통해 경제재건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될 궁지에 몰렸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 북한에 대해 ‘평화적 핵 이용권’을 보장하지 않고 회담을 결렬시킬 경우 국제사회로부터 비난 받을 것을 고려하여 적당한 시점에 북한에 경수로를 제공하는 문제를 논의하기로 합의했던 것으로 보인다.

남은 과제는 경수로 제공 문제와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시기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 이행문제다. 경수로 문제와 사찰·검증문제는 상호 연계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이 두 문제를 연계시켜 경수로 제공 여부에 따라 핵시설의 사찰 범위와 순서를 협상하려고 할 경우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다.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적극적 자세를 보일 경우 6자회담 틀 내에서 경수로를 지원받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경수로 제공을 비핵화 실현의 전제조건으로 고집할 경우 합의문 이행은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이번 협상에서 평화적 핵이용 권리를 보장받음으로써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이사회의 신포 경수로 종료 결의를 막아내고, 경수로 제공 가능성의 여지를 남겨두고 에너지를 제공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4차 6자회담의 공동성명은 제네바합의보다 적용범위가 확대되고 구속력도 강화됐다. 공동성명은 북한이 비핵화를 실현하면 체제보장 뿐만 아니라 북-미, 북-일 관계정상화를 이루고 한반도 냉전구조를 해체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공동성명을 이행하게 되면 그야말로 북한은 서방과 대타협을 이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편입하여 경제재건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그리고 한반도에는 반세기 이상 지속해왔던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평화프로세스가 본격화할 것이다. 나아가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체 구축을 통한 공동번영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이번 기회가 국제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마지막 기회란 점을 인식하고 제네바합의 이후 ‘잃어버린 10년’을 만회하기 위해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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