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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종법에 맞게 불교적으로

기자명 법보신문
보 광 스님
동국대 교수

총무원장 법장 스님이 입적하고 난 뒤 한국불교의 사회적인 위상은 매우 높아졌다. 이와 같은 현상은 1993년 성철 스님의 입적 때도 마찬 가지였다. 그러나 그 열기가 채 식기도 전인 1994년 총무원장 선출관계로 인해 교단에는 엄청난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면서 100만 이상의 불자가 다른 종교로 가고 말았다. 조계사에는 난투극이 일어나고 방송에서는 연일 불교의 투쟁현장을 보도하였다. 그리고 1998년에도 총무원장 선출로 인하여 또 다시 난투극이 일어났다. 이 때는 미국의 CNN방송이 현장을 생중계하므로 전 세계에 한국불교의 추한 현상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다.

그 후로 종단에서는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으며, 새로운 시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여왔다. 그러나 또 다시 과거의 현상이 재현되지 않을까 매우 걱정스러운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만약 이 번 총무원장 선출에서 비불교적인 모습이 보인다면 한국불교는 다시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모처럼 법장 스님의 생명나누기 실천으로 얻어진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종단의 병폐 중 가장 큰 것이 선거인데 모두가 세속적인 방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종회위원, 본사주지, 총무원장 선거 등 각종 선거로 인하여 종도 간에 갈등은 심화되고, 흑색선전이 난무하며, 금전이 오고가니 이 부끄러움을 어찌 말로서 다할 수 있겠는가? 이제 세속에서도 선거도중에 금전이 오고가는 것은 어느 정도 청산되었으며, 흑색비방은 사법부의 심판을 받아 자격이 상실된다. 그러나 우리종단에서는 아직도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여 여비라는 명목으로 금전이 오고가는 것을 마치 미풍양속인 것처럼 여기며, 흑색비방은 금생의 행적은 고사하고 전생의 일까지도 들추어내고 있다. 그러나 무책임한 무기명의 인신비방으로 인하여 평생을 올곧게 살아온 수행자의 인격은 파멸당하고 말지만, 어디에 하소연 할 길조차도 없다. 심지어는 일생을 생명나누기 실천으로 살아온 법장 스님을 장기매매를 저지른 파렴치범으로 매도하여 정부 각 기관에 투서하고 모략하여 왔다. 그러나 법장 스님이 자신의 법구마저 기증함으로써 그 누명을 벗게 되었고, 오히려 불교계의 흑색선전이 얼마나 도를 지나치고 있는가하는 것을 보여 주게 되었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민의를 집약하여 대표자를 뽑는 방법으로 채택하고 있는 수단이 선거방법이다. 그러나 선거만이 능사는 아니다. 각 공동체의 성격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얼마든지 더 좋은 방법이 있을 것이다. 선거에 따른 부작용이 심하며, 그 후유증이 오래간다. 표를 모으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때 그의 자격은 상실되고 말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여기에 현혹되는 사람 또한 민주시민의 자격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민주시민으로서의 훈련이 되지 않은 사람은 흑색선전이나 금권에 넘어가고 말게 된다. 이제 대부분의 우리국민들은 흑색선전이나 금전에 넘어가서 표를 주는 사람은 드물다. 다행스럽게도 이제 우리 종도들이 정신을 차리고 총무원장을 덕망 있고 종단의 비전을 제시할 인물의 검증을 거쳐서 추대 형식으로 하려고 한다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종단의 선거를 감시하는 기구까지 설치한다니 참으로 다행스럽다. 그러나 만에 하나 이러한 노력이 계파 간의 이해관계와 갈등으로 무산되거나 대중의 뜻에 따르지 않고 독자적으로 반기를 든다고 한다면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 것이다.

이제는 세속적인 방법으로 총무원장의 선출은 피하고, 가능한 종헌 종법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불교적인 방법을 찾도록 모든 종도들이 뜻을 모아 축제분위기 속에서 32대 총무원장을 선출하는 지혜를 찾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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