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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련암 법당마루 구멍의 비밀

기자명 김형규

관음수행 돕기위해 설치

파도소리 명상효과 극대화-90년대 8㎝로 축소

강원도 양양군에 있는 낙산사 부속암자인 홍련암(강원도 문화재 자료 36호)의 법당마루에는 특이한 형태의 구멍이 뚫려 있다. 크기 8cm 정도의 정사각형 형태의 이 구멍은 밑으로 절벽과 파도치는 모습을 함께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이런 까닭에 672년 의상대사가 이 절을 창건한 이래 수많은 보수공사가 있었음에도 이 구멍만은 일관되게 유지돼 왔다.

그러나 해풍(소금기가 밴 바다 바람)이 목조건물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은 상식에 속하는 일. 옛 사람들은 목조건물의 훼손을 감수하면서까지 법당 마루에 구멍을 뚫어 논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이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은 구멍 밑 동굴에 상주한다는 관음보살을 친견하기 위해서라는 주장이다.[삼국유사] 의상 대사 관련 기록에는 지금의 홍련암 자리 아래 관음굴에서 의상 스님이 관음보살을 친견했다고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후세 사람들이 관음보살을 친견하고자 하는 바람에서 홍련암 법당 마루에 구멍을 뚫었다는 것. 또 의상 대사에게 여의주를 받쳤다는 동해에 살고 있는 용이 불법을 들을 수 있도록 구멍을 뚫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홍련암 법당 마루에 뚫린 구멍에 대한 가장 신빙성 있는 해석은 지난 99년 원광대 동양종교학과 조용헌 교수에 의해 제기된 수행을 돕기 위한 장치라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좥관음도량에 숨겨진 해조음(海潮音)의 비밀좦이란 논문을 통해 홍련암 법당에 구멍이 뚫린 이유는 단순한 관상용이 아니라 해조음(파도소리)를 관(觀)함으로써 깨달음을 얻는 이근원통(耳根圓通) 수행을 위한 장치라고 밝혔다. 조 교수는 홍련암을 비롯해 강화 보문사, 남해 보리암 등 3대 관음도량이 모두 바닷가에 위치한 점에 주목했다. 홍련암 법당 구멍이 이근원통의 수행장치라고 주장하는 근거로 관음신앙의 양대 경전인 [능엄경]과 [법화경]을 들었다. 소리에 의식을 집중하는 선법(禪法)을 강조하고 있는 [능엄경]에는 진정한 삼매에 들기 위해서는 ‘들음’으로써 들어가야 한다.(欲取三摩提, 實以聞中入)고 기록하고 있으며, 묘음(妙音), 관세음(觀世音), 범음(梵音), 해조음(海潮音)에 집중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여기에서 해조음은 바다소리이다. 따라서 홍련암 법당의 구멍은 해조음을 듣으면서 수행할 수 있도록 배려된 의미심장한 장치라는 것.

조 교수는 남해 보리암의 음성굴(音聲窟)과 보문사의 굴법당(窟法堂)도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 최고 관음도량인 보타산의 불긍거관음원도 바닷물이 법당 밑을 U자 모양으로 통과하도록 설계돼 있다는 점을 예로 들고 있다. 해조음은 98년 6월 일본대학의 겐지호타(堀田健治)교수에 의해 뇌속의 알파(α)파를 형성해 정신집중을 높이는데 이는 깊은 명상에 몰입할 때 나타나는 뇌파와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고 밝혀졌다. 따라서 홍련암 법당의 구멍은 해조음 수행을 위한 옛 사람들의 배려라는 것. 구멍의 크기는 처음엔 30cm 가량이었다. 그러나 90년대 사람이 빠질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지금처럼 8cm 줄였다고 한다.


김형규 기자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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