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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도덕 가르침 나선 덕운 스님

기자명 법보신문
공 종 원
언론인

우연히 한 일간지를 들춰보다 재미있는 소식에 접했다. “한 스님이 ‘예의’와 ‘도덕’이 실종된 현실을 두고 볼 수 없다며 사찰을 박차고 나와 거리 캠페인에 나섰다“는 기사다. 주인공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 활인정사 주지 덕운 스님으로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예의·도덕 실천운동’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 절의 신도들도 자발적으로 나서 ‘예의·도덕 실천은 가정에서부터’라는 제목의 전단지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나눠주며 ‘예의와 도덕’을 지켜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는 소식도 덧붙여져 있다.

불교계로선 매우 이색적이고 신선한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거리에서 종교인들이 전단지를 나눠주거나 목소리를 높여 외치는 주제는 거의 선교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다. 지하철을 타면 ‘누구를 믿으라’고 외치는 사람을 만나거나 모 교단에서 나눠주는 전단지에 접하는 것이 거의 일상화되었기 때문이리라.

그점에서 보면 덕운 스님의 ‘예의·도덕 운동’은 앞의 경우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다른 느낌을 사회인들에게 주는 것 같다. 동정을 강요하는 행태도 아니고 자기 종교를 선전하는 것도 아닌 순수한 사회 운동이란 점이 관심을 끌 것 같다. 물론 ‘예의·도덕 운동’자체가 사회적으로 관심꺼리가 되고 인기의 초점이 될 만한 매력있는 구호는 아니다. ‘예의와 도덕’이 사회의 근간이 되는 것을 모르지는 않지만 ‘윤리·도덕’ ‘예의·염치’를 거론한다는 것이 식상한 일이고 따라서 넌더리가 나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신기하고 요상한 일이 관심꺼리가 되고 인기를 모으는 자료가 되는 것이지 너무나 당연한 것, 너무나 보편타당한 것을 말하면 오히려 귀를 닫고 눈을 돌리게 되는 것이 인정이요, 사람들의 행태가 아닌가 한다.

하지만 그런 인정과 세태를 번연히 알면서도 그런 구호와 깃발을 내세우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 아닌가 한다. “승려는 산중에 있어야 하는데 부모가 자식을 버리고 그 자식 또한 부모를 버리는 부도덕한 현상들을 바라만 볼 수 없었다”며 거리로 나온 이유를 설명하는 덕운 스님의 진의도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이겠다.

뿐더러 덕운 스님은 “한국의 대표 브랜드는 ‘동방예의지국’인데 요즘 이 브랜드가 사라지고 있어 안타깝다”며 범국가 차원의 윤리 도덕운동 전개를 주장한다. 그러면서 그는 “예의와 도덕을 지키면 가정이 평안해지고, 모든 이가 평안해지면 사회 안녕과 국가의 화합이 이뤄져 결국 세계 평화를 이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누구나 아다시피 이런 주장이 물론 새로운 것은 아니다. 도덕주의는 이미 2500년 전 춘추전국시대부터 공자같은 덕치주의자들이 갈파하여 계속 전파되고 있는 너무도 오랜 주장이다. 또 도덕과 예의가 오늘이라고 해서 덜 필요한 것이라거나 불필요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옛날에 그랬던 것처럼 요즘 사람들도 ‘사람답지 않은 짓‘을 다반사로 저지르고 있고 가정과 사회, 국가, 세계평화를 해치는 것이 너무나 일상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들이 도덕과 예의의 진작을 위해 특별한 관심을 보이는 것 같지는 않다. 불교의 경우는 5계를 비롯한 모든 계율이 도덕이나 예의에 관련한 것이지만 막상 포괄적인 윤리·도덕을 거론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깨침의 중요성을 너무 강조하다보니 지계의 중요성이 간과되는 경향마저 없지 않다. 일상적인 예절 강조는 더더구나 관심 밖이다.

그점에서 불자들은 덕운 스님이 지금 전개하는 ‘예의·도덕운동’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새로운 지계운동’이란 차원에서도 그렇고 일상적인 예절을 사회에 펴는 것이 바로 우리 사회의 평안을 이루는 원천이 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독실한 불자 뎡형관 거사가 10여년 넘게 펼쳤던 예의도덕 운동을 되살린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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