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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합의 이행의 과제

기자명 법보신문
고 유 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북핵 폐기를 위한 구체적 이행방안을 본격적으로 협의할 제5차 6자회담이 당초 합의대로 다음 달 둘째 주에 공식 개막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 관계자들이 이를 공식 확인했고 북한 외무성 대변인도 지난 10월 24일 조선중앙통신과 가진 문답에서 공동성명에서 합의한 대로 11월 초순 협의 확정되는 날짜에 제5차 6자회담에 참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5차 6자회담에서는 4차 회담에서 합의한 공동성명에 따라 북한의 핵포기를 향한 구체적 절차가 논의될 예정이나 선핵포기를 요구하는 미국과 경수로 제공을 핵포기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북한의 입장이 맞서 난항이 예상된다. 북·미 양측이 공동성명을 채택했지만 북한은 ‘선 경수로 제공, 후 핵무기 포기’, 미국은 ‘선 핵포기, 후 경수로 제공 논의’라는 서로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북·미간 경수로 제공시점에 대한 논란이 예고되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경수로 제공은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등 국제적 의무 준수 후 이뤄지더라도 제공을 위한 논의는 그 이전에 이뤄질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을 내놓고 있다. 파국을 막기 위해서 ‘창조적 모호성(creative ambiguity)’을 발휘하여 합의를 이끌어 냈지만 공동성명의 해석을 둘러싸고 갈등을 지속하고 있다.

북한이 신뢰를 내세우면서 ‘선 경수로 제공 후 NPT 복귀’를 주장하는 것은 북-미 제네바 기본 합의 이후 상호 불신 때문이다. 그러나 4차 6자회담 공동성명은 양자협상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양자합의의 경우 합의 이행과정에서 불이행의 책임을 상대방에 전가하고 상호 불신해도 중재가 어렵다. 6자회담 등 다자협상의 경우 북-미 양자협상의 결과를 나머지 4자가 합의를 보증하고 이행을 지원할 수 있는 다자협의체제를 갖추고 있다. 따라서 북한도 선 핵포기가 ‘굴복’이나 ‘무장해제’로 인식하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선 핵폐기를 실현하여 국제사회의 신뢰를 받고 이를 기초로 경수로를 제공받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북한 지도부의 발상의 전환이 북핵해결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북핵문제는 한국전쟁 이후 형성된 북-미 적대관계의 산물로 역사-구조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10여년 이상 끌어온 북핵문제를 단기간의 협상으로 풀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기본 틀을 새롭게 짜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단기간에 북미간의 오랜 불신을 해소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이번 4차 6자회담공동성명에서 확인한 ‘말 대 말’의 공약을 ‘행동 대 행동’원칙에 따라 실행 로드맵을 만들기 위해서는 관련국들 사이의 고위급 정치대화가 이뤄져야 한다.

우리정부가 제안한 ‘중대제안(전력200만kw 직접송전)’은 경수로 제공 문제, 6자 에너지협력 등을 포괄하여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대북지원에 대한 재원은 북핵해결로 높아질 대외신인도와 경제 활성화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고, 나아가 통일비용과 남북경협의 인프라 구축 차원에서 기꺼이 부담할 수 있다는 적극적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9월 22일 6자회담 공동성명 합의에 따른 한국의 대북지원 비용 규모에 대해 “향후 9~13년간 적게는 6조5000억원에서 많게는 11조원이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대경제연구원은 6자회담 타결로 한국정부는 투자대비 11~18배에 달하는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6자회담 타결로 한국은 최대 120조원의 수익을 얻고, 북한에는 53조2천억~

57조7천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게 볼 때 지금은 합의이행을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지 비용부담을 둘러싸고 논쟁을 할 때는 아니다. 북핵문제가 해결되고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가 열리면 ‘북방경제’의 특수를 누려 우리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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