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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경수행 김기태 씨 상

기자명 법보신문
명리학 공부하다 불교와 인연
식당서 경전액자 본 후 사경


내가 사경을 하기까지는 참 많은 시간이 걸렸다. 25년 전 나의 인생에 커다란 시련이 다가왔다. 군대제대 후 나는 결혼을 했고 작은 사업도 시작했다. 그런데 경험 부족으로 사업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나 사업 실패보다 나를 더 힘들게 한 것은 어머니였다. 이유인 즉 어머니께서는 며느리가 잘못 들어와 사업이 실패했다고 믿었고, 거기에 손녀의 탄생은 남아선호사상이 강한 어머니를 더욱 못마땅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결국 분가를 택했다. 일단 있는 돈을 털어 전세방을 구한 뒤 직장을 구하기 위해 아는 친구들을 찾아다녔다. 그러던 중 영세사업을 하는 친구를 만나 내 사정 이야기를 하니 자기 사업에 투자하라고 했다.

나는 당장 전세금을 빼 사글세로 옮긴 뒤 그 돈을 친구사업에 투자했다. 그러나 몇 개월이 지나도 생활비 한번 집에 가져 갈 수 없어 친구에게 사업 자금을 돌려주기를 요구했다. 그러나 그 친구는 하루 이틀 미루다가 결국 부도를 내고 말았다. 이로 인해 살림살이가 더욱 궁핍해졌고 부부사이의 다툼도 더욱 잦아졌다. 그러면서 내 약한 의지는 어머니 말씀처럼 “잘못된 결혼 때문에 이런 것인가?”하는 의구심을 갖게 했다.

나는 운명이란 결정돼 있는 것인지, 어떻게 해야 그 운명을 바꿀 수 있을 것인지 알고 싶었다. 나는 사주팔자와 운명철학에 관한 잡서들을 수십 권 구입한 뒤 부인과 갓 돌도 지나지 않은 딸을 두고 도망치듯 산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일년 가량 열심히 공부해 그 많은 잡서들을 다 익혔지만 운명이란 인간이 어떻게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님을 알았을 뿐이었다. 나는 허탈함에 그 책들을 모두 불살라버리고 매일 팔공산 갓바위를 올랐다. 몇 달 간 그곳에서 남들을 따라 철야정진과 삼천배를 하던 중 아무 것도 모르면서 절하고 기도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고 불교를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옆에 열심히 절하고 기도하는 거사님과 보살님들께 물었다. 그 분들은 한결같이 무조건 기도하라고만 했다. 갓바위에서 기도하시는 스님조차 같은 답이었다. 그러나 나는 거기에 만족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갓바위 밑 식당에 들어갔는데 우연히 반야심경 액자가 걸려 있는 것을 보고 그 글이 어찌나 좋던지 나는 붓글씨를 배워 경전의 말씀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서예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절저절 큰스님 법문을 듣기도 사시예불에 참석하기도 했다. 경을 읽고 예불을 드리는 그 분들의 모습이 참으로 간절하고 거룩해 보였다. 그러나 나중에 물어보니 그 분들 또한 제대로 뜻도 모르고 그저 무조건 천수경을 독송하고 금강경을 읽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노전 스님께 금강경의 뜻을 물었다. 그 스님은 열심히 독송하다보면 그 뜻이 이해될 거라며 금강경을 건네주었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 부지런히 금강경을 독송했다. 그러나 이해가 되기는커녕 궁금증만 커져갔다. 나는 옥편에서 한자를 찾아 내 나름대로 해석을 해보았지만 이해가 안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서점에 가서 어렵게 금강경 해설서를 구해 읽어본 후에야 비로소 금강경이 정말 좋은 경전임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시작된 경전과의 인연은 결국 나를 나로 하여금 사경의 길로 접어들게 했다.


서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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