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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술행사 철저한 준비를

기자명 법보신문
신 규 탁
연세대 교수

세계화의 바람과 더불어 국제적인 학술행사는 더욱 일반화되어가고 있다. 불교학계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외국의 불교학자들이 국내에 초빙돼 학술 교류를 하고 있다. 물론 이 경우 재정으로나 인력으로 많은 공력이 들어간다. 이것은 국내 학계의 발전이나, 한국학계의 세계화를 위하여 바람직한 일이기는 하다. 그런데 과연 이렇게 많은 재정적인 지원이나 시간을 들여 하는 학술행사가 그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가에 대해서는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이미 알려져 있지만 그 성과는 대단히 회의적이다. 들이는 공에 비하여 행사성에 치우친다는 비판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많이 있지만 단적으로 말하면 우리 측의 준비에 있다고 생각된다. 국내에 명성이 알려진 사람을 초청함으로서, 그 학술회의의 위상을 높이는 데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발표 내용이나 외국의 발표자가 가지고 있는 학문적인 성과를 풀어놓게 하는 데에 많은 준비와 시간을 할애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표자의 연구가 무엇이고 그 연구가 과연 타당한지에 대한 관심은 뒷전으로 가고, 명성이 알려진 사람을 초정함으로써 행사를 성대하게 치루려는 데 목적이 있는 듯이 보여진다.

철학계의 경우를 보면 그렇지 않다. 외국에서 학자를 초청하기 위해 필요한 준비 기간은 짧게는 1년. 길게는 2~3년이 걸린다. 그 학자가 한국에 들어 와서 발표할 원고내용을 수 개월 전에 미리 받아서, 그 논문에 대해 여러 방면의 연구자들이 미리 읽고 검토한다. 그리하여 그 논문의 내용을 완전히 분석하고, 그 중에서 미진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질문들을 준비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보내온 원고에는 들어있지 않지만 그 발표자가 연구했거나 연구하고는 있는 새 분야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려고 준비를 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외국의 학자를 불러들이는 데에 들어간 본전을 톡톡히 뽑아낸다.

불교 절 집안의 말에 ‘장엄’이라는 말이있다. 말 그대로 부처님이나 보살님들을 장엄스럽게 들어나게 하기 위하여 꾸미는 것이다. 그런데 외국에서 불교학자를 불러들여 행사의 장엄으로 삼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특히 절에서 하는 국제학술행사가 이런 양상이 두드러진다. 이것의 피해는 말하지 않아도 분명하다. 하나는 돈 잃는 것이고, 또 하나는 국제적으로 망신하는 것이다. 그들이 융숭한 대접을 받고는 자기 나라에 되돌아가서 한국 불교계는 돈이 많고 대우가 좋다고 한다. 결국은 한국 불교학계를 하잖게 본다. 뭐 주고 뺨 맏는 격이다.
이제는 국제학술행사를 함에 있어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한국에 오는 외국의 학자들에게 우선 쟁점이 되고 있는 논문을 내게 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주최 측에서도 학문적으로 면밀하게 검토하여 토론장에서 그 진위를 판별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서 국내의 학계의 현재 위상이 어떻게 되는지를 우리 스스로도 평가해 보고, 우리 보다 못하면 한 수 알려주고 아니면 한 수 가르쳐서 돌려보내야 한다.

이미 유행이 된 것처럼 불교계의 국제학술행사에 절간에서 수행하는 초년생 스님들을 청중으로 동원한다. 그들에게 잘못된 지식을 전해주면 그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아직 수행관이나 불교에 대한 지식이 정비되지 못한 스님일수록 그 피해는 크게 받는다. 우리가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체 외국의 학자를 불러들이면 그들도 제대로된 준비없이 방문한다. 그리고 돌아가서는 한국에서 머리 푸르게 깍은 수행승이 구름처럼 모여 자기 말에 경청을 했다고 국제적으로 소문을 내기 일쑤이다. 한국의 불교학계는 이미 연구 인력이나 내용에 있어 많은 발전을 했다. 외국의 학자들의 발표를 평가할 능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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