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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적 평등의 이해

기자명 법보신문
인간은 서로 다르므로 서로 필요한 존재
상호차이 인정하고 의존하는 삶이 평등


20세기 프랑스의 구조주의 사상가인 레비-스트로스(L?i-Strauss)의 인류학에 따르면, 토템(totem)과 카스트(caste)의 두 제도는 종이 한 장의 차이와 같다. 서로 다른 자연물들이 상호 교환의 방식으로 존재하듯이, 토템은 인간집단들이 서로 거래방식으로 존재하기를 바라는 인간 문화제도다. 즉 곰 토템과 호랑이 토템을 가진 종족들은 각각 자기 토템인 곰과 호랑이를 죽이지 않는데, 그것은 종교적 숭배의 신성한 대상이기에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회적 삶이 곧 교환이므로 토템제도는 자연의 존재방식에 따라 교환적 삶을 모방한 것이라는 것이다. 곰과 호랑이를 자기 종족에서 안 죽이는 것은 곰과 호랑이를 타 종족과 서로 교환하기 위한 특화전략과 같다. 토템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법이 아니고, 자연의 법칙이 서로 상관적 차이로서 관계를 맺고있는 무위법의 문화적 적용에 다름 아니다.

그런 토템이 자연적 교환의 방식을 벗어나 집단적 이기심을 갖고 비교우위로 타 종족을 대하면서 교환을 할 경우에, 어느 듯 이기적이고 소유적인 자기 종족 중심주의가 생겨나 토템이 카스트로 미끄러지게 된다. 카스트가 성립되면, 타 집단과의 여자교환인 결혼도 거부하고 오직 자기 집단 안에서의 족내혼(族內婚)이 대체된다. 그래도 교환의 최소요구는 무의식적으로 만족되어야 하므로 같은 종족이라도 평행사촌간의 결혼을 절대로 금하고, 교차사촌간의 결혼까지 만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교환이 인류문화의 보편적 법칙이라는 것이다. 토템은 차이의 상관관계에서, 카스트는 차별의 우열비교에서 각각 성립한다. 차이(difference)의 상관적 존재방식이 지배종속의 차별(discrimination)로 전환하면, 토템이 카스트로 순식간 돌변한다. 그러나 존재론적 차이든 소유론적 차별이든 다 의타기적인 관계에서 발생한다. 세상의 법은 홀로 발생하는 독립적 단위체계가 아니고, 서로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생기한다. 토템과 카스트의 상이점은 섬세하고 미묘하다. 그 점은 자연의 존재론적 관계와 이기심을 지닌 인간의 소유론적 관계에 비유된다. 인간에게 소유가 없으면, 자기 존재가 허무하다고 여긴다. 존재와 소유가 이처럼 미세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소유하다’의 타동사만이 ‘존재하다’의 자동사처럼 피동형의 문장으로 씌지 않는 까닭은 프랑스의 언어학자인 벵베니스트(Benveniste)의 지적처럼 소유가 의사(擬似)존재로 간주되어 왔기 때문이겠다.

평등의 개념도 이와 유사한 뜻으로 풀이되는 것 같다. 즉 소유론적 평등과 존재론적 평등의 두 가지 의미로 평등의 뜻이 해석되어야 하겠다는 것이다. 전자는 카스트제도처럼 이기적인 비교우위를 전제한다. 비교우위를 느끼는 직업은 교만을 떨고 열등한 계층을 하시하고, 반대로 비교에서 열등감을 갖는 직업은 오욕(五欲)에서 더 많이 소유한 계급에 대하여 참을 수 없는 질투와 시샘을 느낀다. 그래서 ‘나는 너와 똑 같다’라는 대등의식을 평등의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발을 걸거나 잡아당기려 한다. 평등이 소유론적으로 해석되면, 거기에는 어떤 사회적 평안과 행복도 정착 안 된다. 카스트적인 불평등의 치유는 대등의식으로 안된다. 대등사회가 세상에 결코 오지 않는다. 부처님이 가르쳐 주신 평등은 존재론적 평등이다. 자연의 토템적 거래교환처럼 서로 존재방식이 다르므로 상호 의존하는 사회적 삶이 존재론적 평등이다. 사회적인 직업과 기질의 차이는 소유의 우열을 고착시키는 실체적 차별이 아니라, 존재방식의 차이가 사회적 몫이 되어 서로 상자상의(相資相依)하여 회통하도록 하는 특화의 방편과 기호(記號)를 뜻한다. 인간은 서로 다르므로 서로 필요하다. 이것이 불교적 평등관이겠다. 천백억 화신의 석가모니불은 수많은 다양한 인간들의 불성이 아닌가? 불교의 평등은 소유론적 대등의식이 아니다. 부처님은 그 당시의 하층 천직인 이발사 우바리를 10대 제자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왕공귀족들이 그를 경배했다. 가히 혁명적 실현이다. 10대 제자들이 다 특기가 있었다. 이타적 특기의 발현이 불교적 평등이겠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kihyhy@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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