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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경수행 김기태 씨 하

기자명 법보신문
금강경 공부하며 사경에 관심
사경은 법신불 조성하는 불사


금강경을 공부하며 나는 사경에 큰 관심을 가졌다. 금강경에 ‘서사수지독송위인해설(書寫受持讀誦爲人解說)’하라는 대목처럼 경전의 말씀을 서사함으로써 깊이 이해해 받아 지니며, 늘 독송하는데 힘쓰고 그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설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할 때 부처님의 말씀이 향내가 몸에 배이듯 훈습이 되어 조금씩 부처님을 이뤄가는 길이라고 믿었다.

나는 먼저 부처님의 말씀에 정성껏 귀 기울이려 애썼다. 즉 경전을 이해하고 체득하는 것이 부처가 되는 가장 빠르고 수승한 길임을 자각하고 경전을 가장 잘 이해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경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그러하듯 사경 역시 쉽지 않았다. 조금만 정신이 흐트러져도 오자가 나오고는 했고 열심히 쓴다고 했지만 쉽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글을 쓰는 기술만큼이나 정성도 끊임없는 반복을 통해 깊어질 수 있었다.

붓 끝에 모으는 정성은 점차 호흡을 고르게 해 고요함에 들게 했고, 그 뜻을 깊게 사유함으로써 마음자리를 밝히니 선과 다르지 않았다. 또 부처님의 말씀을 드러내는 일이니 법신불을 조성하는 일이요, 또한 내 지혜도 저절로 밝아지는 종합적인 공덕을 쌓는 것이 바로 사경이었다.

세간에도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가 있듯이 중생의 근기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수행을 해야지 만일 구구단도 익숙하지 않은 초등학생에게 미적분을 가르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단순하고 익숙해 보이는 것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깊은 지혜가 담겨 있곤 하는데 특히 경전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불교계의 현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예불 때마다 천수경을 암송하는 불자들 중 그 뜻을 알고 외우는 분은 얼마나 될까? 또 금강경을 다른 사람보다 빨리 읽는다는 자랑삼아 말씀하시는 분들 중에 그 심오한 뜻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실천하려는 불자들은 또 얼마나 될까?

절은 부처님이 되고자 오는 곳이고, 관세음이 되고자 오는 곳이다. 내가 부처님이 되고자 금강경을 공부해야 하고 내가 관세음보살님이 되고자 천수경을 독송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사경은 경전의 내용을 공부하는 가장 수승한 방법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 내 삶이 바뀌기 때문이다. 사경은 경전의 내용을 파악하고 붓 끝에 정신을 모아 단 한 번에 오자 탈자도 없이 쓰려 해야 한다. 특히 부처님께서 경전을 통해 진정 우리에게 알리고자 했던 저 문자 너머의 메시지를 이해하려 해야 한다. 그럴 때 어느 순간 ‘아!’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며 온몸이 환희심으로 전율하게 될 것이다.

나름대로 혼자 열심히 사경을 한다고 했지만 그런 나를 더 깊은 사경수행의 길로 이끌어 준 분은 외길 김경호 선생이다. 그 분의 사경집을 접하면서 비로소 내 사경이 얼마나 서투르고 오류가 많은지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부끄럽게만 느껴졌다. 자료를 수집 정리하고 있는 그 분을 통해 나는 사경의 바다를 보았고 태산을 보았으니 나의 큰 스승이라 할 수 있다. 또 늘 무언의 가르침으로 바른 길로 인도해주시는 파계사 주지 성우 큰스님에게도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스님 열심히 정진해 꼭 성불하도록 하겠습니다.


서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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