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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연담유일의 『연담대사임하록』 중에서

기자명 법보신문

촌음 아껴가며 공부하라

배우는 자에게 권면함

우물을 파면 물을 보아야 하고
불을 일으키면 연기가 나야 한다. 도(道)를 배우는 자를 위하여 말하노니
스스로 포기함은 옳지 못한 일
오늘의 어려움을 경험하지 않으면 뒷날의 쉬운 일을 어떻게 얻으리오.
섣달 매화는 찬 눈을 견디어
봄이 오면 향기가 코를 스치게 된다.
짧은 시간도 아껴야 하느니
공자가 주역을 많이 읽어 가죽 끈이 세 번 끊어졌음이 어찌 큰일 아닌가. 옥으로 그릇을 만들고저 할진댄
반드시 다른 산의 돌을 빌려야 한다.
깊은 산이라야 범이 있고
얕은 물엔 용이 서리지 못하네. 군자가 배우는 까닭은 대가(大家)가 되려 함이네.
어진 이를 보면 나도 그렇게 되기를 생각하고 학문을 꾀하면 마땅히 진척이 있어야 하네.
산을 만드는 공을 이루고저 할진대 반드시 배수진을 쳐야 한다네.

산에서 사는 일을 읊음

흰구름은 정(定)한 기운이 없고 청산은 기골이 있네.
마주 보면 배가 고파도 즐겁고 속세의 사람과는 말하기 어렵네.
밥이 익자 나물국도 향기롭고
바위에 앉으니 이끼 낀 자리도 따뜻하네.
꽃을 물은 새는 오지 않으니
여름의 신도 게으름을 알겠네.
물이 흐르면 산은 메아리로 대답하고
꽃이 피면 계곡은 봄을 간직하네. 속세의 티끌 날아오지 않아
고라니와 사슴 가까이서 사람을 따르네.
세상 정 잊음에 모든 일 담박하고 도를 꾀함에 가난이 먼저 오네.
오직 좋은 시(時)만이 있어
봄이 와 눈앞에 가득하네.

배우는 사람에게 보임

사람을 얻는 게 이익이 되기에 사방으로 다니다가
흰머리 60년 세월이 흘렀네.
선정에 든 두타는 천 겁 동안 고요했고
다문존자는 일생동안 바빴다네.
글자를 아는 것이 우환이 되었고 명예를 구하다가 손상만 있었네.
약은 사람도 높은 곳에서 떨어짐을 알겠으니
고장강(顧長康)처럼 어리석음만 같지 못하네




*『종경록』에 이르기를 “사냥꾼의 이익은 토끼를 잡는데 있고, 종사(宗師)의 이익은 사람을 얻는데 있다”고 하였다. 고장강, 즉 동진의 고개지에게 3절이 있었으니 서(書), 화(畵), 치(痴)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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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담유일은?

연담유일(蓮潭有一, 1720~1799) 스님은 전남 화순이 고향으로 5세 때 천자문을, 11세 때 통감을 다 익혔을 정도로 한 번 보면 모두 기억했다. 18세 때 승달산 법천사로 출가한 스님은 이후 금강경, 능엄경, 화엄경 등 수많은 경전을 깊이 통달해 당대 최고의 학승으로 추앙받았으며 선승으로도 유명했다. 연담 스님은 퇴락해가는 조선후기 불교계에 커다란 활력소를 불어넣었던 위대한 고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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