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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미소

기자명 법보신문

김홍근의 ‘마음산책 21

부석사 무량수전 앞 넓은 마당에서 우연히 어떤 시선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순간 시공간이 떨어져 나가면서, 나는 아득한 허공을 밟고 서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얼굴이 붉어져 본 적이 얼마만인가요. 내 시선을 느꼈는지, 석등에 새겨져 무량수전의 아미타불에게 공양을 올리고 있는 그 보살의 얼굴에도 얼핏 홍조가 스쳐 지나갔습니다. 삼국유사에는 “오진(悟眞)이 수십 리 밖의 산 아래에 살면서 매일 팔을 뻗어 부석사의 석등에 불을 켰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나는 수백 리 밖 서울에 살면서 때때로 마음을 달려 석양에 붉게 물든 그녀의 얼굴을 살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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