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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 존재론적 혁명

기자명 법보신문
자본주의는 경제적, 사회주의는 도덕적 소유론
탐욕없는 마음으로 세상 보는 것이 불교의 사유


산업혁명, 프랑스혁명, 러시아혁명 등을 우리는 근대세계를 만든 삼대혁명이라 부른다. 각각 경제기술혁명, 부르주아 정치혁명, 프롤레따리아 계급혁명이라고 요약된다. 이 혁명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 좋은 세상을 만들어 보려는 선의지를 나타낸다. 경제기술주의가 부르주아 혁명과 결부되면 자본주의로, 그것이 프롤레따리아 혁명과 합쳐지면 사회주의로 진행되었다. 전자는 이기심을 실질적 사회적 동력으로 이용한 개인적 자유주의를, 후자는 반이기적 도덕심을 명분으로 내건 집단적 평등주의를 이념으로 제창한다. 프롬(E. Fromm)과 같은 미국의 사회심리학자는 사회주의가 소유적 삶을 거부하는 존재지향의 사회창조를 겨냥한다고 말했으나, 그는 오진했다. 사회주의도 자본주의 못지 않게 소유론적 사회의 구축을 겨냥한다. 자본주의가 소유론적 사회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사회주의는 반이기적 도덕의지가 집단적 평등의 명분 아래에 사회를 소유하려는 권력의지를 강화해 왔고, 그 권력의지는 다시 진리의지로 형이상화하여 소유론적 권력을 성화(聖化)시켰다. 자본주의는 경제적 소유주의이나, 사회주의는 경제를 망가뜨리는 성스런 도덕적 소유주의다.

근대사를 통해 소유적 속물근성의 탐욕이 싫은 많은 이상주의자들이 사회주의 혁명에 새 기대를 걸었다. 사회생활이 소유에서 존재에로 귀환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사회주의는 도덕명분의 캐너피(canopy)로 사회를 지배소유하려는 다른 탐욕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자본주의나 사회주의가 다 인간중심주의적 세계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다 기독교적 인간 창조론이 뿌린 사상의 씨앗이다. 인간이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지배하는 주인이라는 의식이 인간중심주의다. 이제 인류는 근대성의 두 총아인 자본주의나 사회주의가 다 철저한 소유론적 철학과 인간중심주의적 사상의 경계에 갇혀 산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그 경계에 갇혀 사는 한에서 인간은 결코 자유스러울 수 없고 평등해지지도 않는다.

부처님이 가르쳐 주신 혁명은 마음의 혁명이다. 그 동안 세상은 경제적 이기심과 도덕적 반이기심의 싸움으로 점철되어 왔었다. 그런 투쟁은 세상을 인간을 위한 대상으로 지배하거나 소유하려는 방식의 다름에서 생긴 삼독과 다르지 않겠다. 소유의 탐심과 뜻대로 안되니 일어나는 진심과 자신의 것을 진리의지로 고집하는 치심이 그것이겠다. 이기심은 반이기적 도덕적 명분에 의하여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다. 두 사상이 근대를 거치면서 팽팽히 대결하다가 사회주의가 결국 경제력 전쟁에서 졌다. 이제 자본주의도 스스로 변할 시절인연에 이르렀다. 부처님이 가르쳐 주신 존재론적 혁명을 진실로 생각할 시점에 우리가 이르렀다. 자본주의의 동력은 이기심인데, 그것을 자리심(自利心)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인간은 자유와 평등의 행복을 성취할 수 없을 것이다. 근대성의 사상은 경제와 도덕과의 양자택일적 사유에 젖었었다. 자리심은 경제도 살리고 도덕도 망가지지 않게 하는 이중긍정의 장점을 지닌다. 우리의 모든 교육은 소유적 이기심을 존재론적 자리심으로 전환시키려는 원력에 바탕해야 한다.

이기심은 바깥에서 이익을 찾아 내 것으로 하려는 타동사적 마음인데, 자리심은 자기 안에서 스스로 이익을 분비하려는 자동사적 또는 재귀동사적 마음이다. 전자는 남들과 다투나, 후자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 모두는 다 어떤 특화된 성질과 재주를 타고 났다. 그것을 이기적으로 쓰면, 마왕 파순의 것이 되고, 그것을 자리적으로 쓰면 제 보살들과 약사여래 등의 것이 된다. 자리적 이익의 성취는 모든 방면에서 사회적으로 발고여락(拔苦與樂)케 하는 이타(利他)의 약으로 쓰인다. 이기배타가 아닌 발고여락이 마음의 존재론적 전환이다. 불교는 세상을 바꾸겠다는 허망한 소유론에서 세상을 탐욕없이 보게끔 마음을 혁명하겠다는 존재론의 사유다. 불교는 이익을 멀리하지 않는다. 불교는 신나게 각자로 하여금 이익의 묘약을 조제하여 사회를 복되게 한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kihyhy@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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