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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법, 마음의 법

기자명 법보신문
우리사회의 격렬한 주관적 감정
말 없는 자연의 상생에서 식히자


불교는 자연과 마음과의 상응성을 진리로 가르쳐 준다. 자연의 법과 마음의 법이 둘이 아니고 서로 대응된다는 것을 가르치는 불교는 자칫 정신의 세계를 섣불리 인격화하거나 관념화하여 정신이 자연을 지배하는 주인인 양 착각케 하는 인간중심주의와 다르다. 신중심주의도 인간중심주의의 변용에 불과하다.

불교는 마음이 무한 허공의 에너지와 상응한다고 생각한다. 무한 허공은 아무 것도 없는 허무의 빈 공간이 아니고, 무한대의 고갈되지 않는 기(氣)의 보고와 같다. 그래서 허공은 유식학에서 말하는 제8식인 아뢰야식의 능력에 상응한다고 본다. 하늘의 구름과 새들의 이동, 해와 달의 운동, 그리고 밤하늘의 별들의 반짝임은 다 허공의 안보이는 바탕을 근거로 해서 자동사적으로 솟아난 무늬들로서 여겨진다. 이런 무늬들의 모습은 땅위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과 다 상관적으로 연관되어 공명의 체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 세상에서 어떤 것도 예외인 그런 존재자는 없고, 다 필연의 그물망 속에서 서로 동기(同氣)를 주고받는다.

그 그물망에는 단순히 낭만적인 공생의 상생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죽음을 초래하는 상극도 있다. 우리는 자연을 너무 낭만적으로 상상한다. 자연은 아름다우나 동시에 대단히 처절하다. 죽음의 상극이 살려고 하는 욕망의 대대법으로 작용한다. 상생과 상극이 자연의 존재양식의 이중구조로서 함께 동거한다. 진드기는 피부병을 옮기나, 또 그것이 죽은 세포를 먹어 치우기에 공기를 정화한단다.

늑대는 순록의 천적이어서 사람들이 총으로 늑대를 많이 죽였다. 그런데 늑대가 없으니 순록이 오래 살기는커녕 오히려 병들어 더 많이 죽는다고 한다. 천적이 없으니 긴장이 풀려서 생명의 기(氣)가 약해진 것이다. 이처럼 상생과 상극이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하기에 추상적으로 분리 안된다. 이것이 자연의 존재방식이다. 물과 불은 상극이나 서로 생명을 위하여 몸 속에서 동거한다. 생명의 자발적 욕망은 다 죽음을 피한다. 그러나 죽음은 새 생명의 탄생을 위하여 필수적인 빈 공간을 제공한다. 그래서 자연세계에 처절한 죽음을 초래하는 상극이 필수적이다. 그 상생과 상극은 자연의 자기 이익을 위하여 필연적인 법칙이다. 이것이 자연의 존재론이다.

한국인들은 일반적으로 소유론적 생각에 너무 집착해 있다. 인생을 너무 소유론적인 가치로 평가한다. 고등교육을 받은 이들의 일반 화제도 너무 속물적이다. 정신적인 영양가가 너무 없다. 식당에서도 너무 떠든다. 여자들도 말하기 위하여 악을 쓰다시피 한다. 거리에서의 데모도 너무 격렬하다. 돈과 권력과 명예 때문에 모두 너무 흥분되어 있는 듯 하다.

외국인이 한국인을 평가한다면, 아마도 한국인은 열받고 화가 나서 미치기 일보직전에 있다고 하겠다. 또 어떤 이들은 사제적(私製的) 수준에서 정의의 칼을 휘두른다고 역시 시끄럽게 날뛴다. 종교를 믿어도 미쳐 발광한다. 너무 경박하다.

아! 고요하고 사려 깊고 안온한 한국인이 그립다. 너무 소유 집착적이면, 사회생활은 지옥이 된다. 증오와 시기와 질투가 부글부글 끓는다. 생존하기 위하여 수단방법을 안 가린다.

사회적인 격렬한 주관적 감정을 말없는 자연의 상생적 상호의존에서 식히자. 그리고 삶을 사랑하되 죽음이 늘 그 삶의 배설물로서 매순간 따라 다니는 것을 생각하자. 죽음이 속물적 삶과 소유적 격정의 소용돌이를 치유하는 가장 좋은 약이다. 자연에는 크고 작은 나무,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이 다 있다. 절대로 똑 같지 않다. 그래도 다 나누면서 얽혀 산다. 돈많고 적은 사람, 능력도 들쑥날쑥이다. 이것이 자연의 법이다. 모든 것을 뻐기면서 가지지 않고, 나누어 살기를 바라는 것이 자연의 가르침이다. 불교는 이것을 가르친다. 젠체하거나 미워하지 말고, 고려 나옹선사의 시를 읊조리자.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하늘은 나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탐욕도 벗어 놓고 성냄도 벗어 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 가라하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kihyhy@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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