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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서 제작한 ‘국민 교과서’[br]현전 유일 삼강행실도류 목판

기자명 법보신문
  • 교계
  • 입력 2006.02.2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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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 맞아 선학 스님이 공개한 ‘조선 목판의 가치’

치악산 명주사(주지 선학 스님) 고판화박물관이 2월 23일 공개한 오륜행실도 목판은 조선시대 간행한 오륜행실도류의 목판 가운데 현전하는 유일한 목판이라는 점에서 학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불교를 국교로 삼았던 고려시대 팔만대장경과 같은 경전 인쇄에 주로 사용됐던 목판 인쇄 기술은 조선 개국 이후 유교 경전 편찬에 계승됐다. 특히 경전의 내용을 목판에 그림으로 새기는 변상도의 전통은 백성들에게 유교의 가르침을 쉽게 이해시키기 위한 목판화 기술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조선 왕실은 세종부터 고종에 이르기 까지 삼강행실도, 속삼강행실도, 이륜행실도, 동국신속삼강행실도, 오륜행실도 등 다양한 종류의 삼강오륜행실도류 목판을 꾸준히 제작 간행하며 백성들을 교육하는데 활용했다.

현재까지도 다양한 판본의 서적이 전해지고 있는 이 인쇄물들은 백성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한글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한글서체 미려함 돋보여

특히 공개된 오륜행실도 목판에 사용된 서체는 한글 서체의 미려한 아름다움이 절정을 이룬 것으로 평가되는 ‘오륜체’를 사용하고 있어 그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그러나 왕실 주도 간행물이었음에도 현전하는 목판은 한 점도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에 발견된 목판에 더욱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처럼 목판이 발견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명주사 고판화 박물관 관장이기도 한 선학 스님은 “2년 전 왕십리의 한 적산가옥(일제시대 일본인들이 지은 건물)을 허무는 과정에서 이 목판화로가 처음 발견됐다”며 “일제시대를 거치며 왕실 유물의 상당수가 일본인들에게 유출됐는데 목판도 이 시기 일본인의 손에 넘어갔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특히 목판을 이용해 화로 상자를 제작했다는 기록도 있는데 이구열 선생의 『한국문화재수난사』를 살펴보면 일제시대 당시 해인사 팔만대장경판을 담당하던 일본인 순사가 4장의 경판을 훔쳐 일본식 화로 상자에 붙여 놓고 있는 것이 발견됐다고 기록하고 있다. 아마도 일제시대 목판을 이용해 화로 상자를 만드는 것이 유행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이 목판 역시 2개의 목판을 각 판의 앞뒤 면으로 분리해 총 4장을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화로 상자의 4면을 모두 목판으로 장식한 전형적인 일본식 화로상자의 형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문화재 훼손 日 만행 표본

“처음 발견 당시부터 주목해오다 지난해 9월 비로소 입수에 성공해 고판화박물관에 보관하고 있다”는 선학 스님은 “백성을 교화하는데 사용한 목판을 이용해 발밑에 두는 화로 상자를 만들고, 목판의 한글이 새겨져 있는 부분에 구멍을 뚫어 손잡이를 만든 일본인들의 행태를 보면서 일제 당시 우리 문화에 대한 일본인들의 훼손과 폄하를 보는 듯해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었다”고 밝혔다.

스님은 특히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을 비롯해 목판 제작술의 절정인 팔만대장경판을 제작하는 등 세계 최고의 인쇄 역사를 계승하고 있는 조선 시대의 목판도 나라를 잃은 후에는 수난을 피할 수 없었다”고 강조하며 “3·1절을 맞아 지난 역사를 되새기고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다시 살펴보는 의미에서 이 목판 화로를 공개키로 했다”고 말했다.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측은 최근 소장하고 있는 고판화 유물을 소개한 도록 「한국의 고판화」를 발간, 오륜행실도 목판을 자세히 소개하며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재조명했다. 현재 이 목판은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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