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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허운 스님의 『방편개시』 중에서

기자명 법보신문

늙기 기다려 道 배우려 말라

고인이 말하기를 “늙기를 기다려 도를 배우려고 하지 말라. 외로운 무덤은 모두 젊은 사람들 것이니!” 하였습니다. 사람은 늙어지면 온갖 고통이 따라오니, 귀는 잘 들리지 않고, 눈은 침침하며, 팔 다리는 힘이 없고, 귀는 잘 들리지 못하며, 잠도 잘 안 오고, 잘 걷지도 못하는데, 이런 고초는 젊은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우리도 젊을 때에는 여러분과 마찬가지였습니다. 늙어서 멍청해진 것을 보면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말을 해도 잘 알아듣지 못하고 눈물 콧물이 흐르는 것을 보면 싫어하는 마음이 생기고, 노인과 함께 사는 것을 겁냈습니다. 지금은 제가 늙고 보니 비로소 노인의 괴로움을 알겠는데, 사람은 늙으면 하루 같지 않습니다.

저는 (중국 공산당이 사찰에 난입해 스님들을 죽이고 나를 고문한) 운문사변의 소란이 있고 난 뒤부터는 아닌 게 아니라 하루가 하루 같지 않았습니다. 어느 새 하루아침에 병석에 누워 있게 되어 온갖 고통이 저를 휘감으며 핍박해 왔습니다. 도업(道業)을 이루지 못해 생사를 끝내지 못했으니, 숨 한 번 내쉬고 돌아오지 않으면 또 태어나야 하니 말입니다. “아무 것도 가져가지 못하니, 업(業)만 남아서 생을 따른다(萬般將不去 惟有業隨生)”(「위산경책」)고 했습니다. 젊어서 닦지 않고서 만년에야 이런 줄을 알게 됩니다. 우리는 모두 당당한 중의 모습을 하고 있어 용모가 근사합니다. 이것은 다 숙세에 선근을 심었기 때문에 이러한 특별한 과보를 받은 것입니다. 그러나 이 선근을 잃어버려서는 안 됩니다.

동산 스님이 어떤 스님에게 물었습니다. “세간에서 무엇이 가장 괴로운가!” 그 스님이 답하기를 “지옥이 가장 괴롭습니다.” 했습니다. 동산 스님은 “그렇지 않네. 이 옷을 입고서 큰 일을 밝히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괴로운 것이네!” 하였습니다. 큰 일을 밝힐 수 있다면 지옥인(地獄因)이 없으므로 지옥은 괴롭다고 할 수 없고, 자기 마음을 알지 못하는 것이 가장 괴로운 것입니다.

큰 일을 밝히고자 하면 힘써 정진해야지 어영부영 지내면 안 됩니다. 낮에 인연에 응하고 일을 만날 때 주인 노릇을 해야 합니다. 낮에 주인 노릇을 할 수 있어야 비로소 꿈 속에서도 주인 노릇을 할 수 있고 나아가 병중에도 주인 노릇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주인 노릇을 할 수 있으려면 평상시에 억지로라도 주인 노릇을 할 수 있으면 도를 깨쳐서 생사를 끝내기 쉽습니다. 하지만 도를 깨치지 못하면 생사는 끝낼 수 없습니다.

도를 깨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요컨대 생사심이 간절해야 하고, 오래도록 견고하게 도를 향하는 마음을 갖추어서 죽을 때까지 물러서지 않아야 합니다. 금생에 물러서지 않으면 비록 깨치지 못한다 하더라도 다음 생에 다시 노력하게 되니, 어찌 깨닫지 못할 리가 있겠습니까? 힘써 정진하고 참회심과 견고심을 내어, 오늘 이랬다 내일 저랬다 하지 마십시오. 한 문에 깊이 들어가야 수행이 됩니다.


허운 스님은?

허운(虛雲, 1840~1959) 스님은 중국 복건 천주에서 태어나 19세에 출가했다. 44세 때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56세 때 뜨거운 찻물 때문에 떨어뜨린 잔이 깨지는 소리에 의심의 뿌리를 모두 끊었다. 외세의 침략과 공산 정권의 억압 아래에서도 사찰의 파괴를 막고 수십 여 가람을 복원했다. 수많은 사람을 불문에 귀의토록 했던 스님은 1959년 세수 120세, 승랍 101세로 입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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