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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수행-권강기 씨 상

기자명 법보신문
직장-가정에 쫓기다 나중엔 허무만
교장 선생님 적극 권유로 참선 시작


봄비로 촉촉해진 땅에서 쑥이며 냉이, 봄나물들이 봄 향기를 내뿜으며 파릇파릇 새싹을 피워 올리는 것을 보면서 이젠 봄인가 했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드는 꽃샘추위로 여린 새싹들이 안쓰럽기만 하다.

새 학기를 알리는 3월, 학교는 새로운 얼굴들과 그리운 얼굴들로 아직도 분주한 가운데 내가 맡은 중학교 1학년 새내기들은 조금은 헐거운 교복에 여전히 초등학생 같은 호기심어린 시선으로 끊임없이 궁금증을 물어온다. 그 물음들에 일일이 응대해 주고나면 여지없이 하루해가 기울듯 내 체력도 바닥이 나기 일쑤다. 오늘도 아이들과 나와의 행복한 전쟁은 이렇게 시작된다.

젊음이란 단어와 함께 대학생활을 마치자 꿈에 부푼 교직생활이 시작되었고, 결혼도 빨리 한 편이었다. 그 시절의 나를 생각해보면 참으로 아득해진다. 학교를 졸업하고 얼마 후 결혼을 하게 되었고 살림과 직장, 아직 어느 것 하나 완벽하지 않은 이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고민이었다. 더구나 아이가 태어나자 양육문제까지 겹쳐 한 가지도 소홀이 할 수 없는 욕심에 갈등은 커져만 갔고 연로하신 친정어머니와 멀리계신 시어머님께도 의지할 수 없어 결국 남의 손을 빌려 아이를 키울 수밖에 없었다.

정신없이 학교생활을 하고 퇴근 시간이 되면 뒤돌아 볼 새도 없이 집으로 달려가야 했다. 교직원 회식, 친목도모 여행, 친구와의 만남은 늘 핑계와 이유로 불참했고 친구들도 차츰 여유도 없이 하루하루의 생활에 허우적대는 나에게 자연스레 연락을 끊게 되었다.

무엇이든지 대충대충은 못하는 성격 탓에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지 않으면 마음이 늘 불편했다. 집안 청소를 하루라도 안 하면 안 되고, 쌓인 먼지가 조금이라도 눈에 보이면 누웠다가도 다시 일어나 닦아야 직성이 풀렸으며, 빨래도 삶아서 빨아야만 속이 편안해 아이를 업고서라도 할 일은 해야 했다. 게다가 학교에서는 교재연구 뿐만 아니라 반 아이들의 생활지도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남편은 그런 나를 보고 제발 대충 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지만 천성적으로 타고난 성격 탓인지 쉽게 놓아지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아이들이 크고 학교에서도 연륜이 쌓여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되니 주위를 둘러보는 마음의 틈이 조금 생기게 되었다. 그 틈새로 비춰진 주변 인연들의 일상은 내 삶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동료교사나 후배들이 승진을 위해 준비하고 있거나, 벌써 승진을 한 발령동기들도 있었다. 기분이 참 묘했고 그동안 나는 무엇을 했던가? 하는 자괴감과 교직에 대한 회의가 몰려왔다. 아등바등 나하나 돌볼 여유도 없이 살아온 내 지난 인생이 허무하기까지 했다. 때문에 예전처럼 학생들에 대한 열정도 식어 갔고, 자연스레 학교생활이 시들해져 늘 찌푸린 얼굴을 하며 어떻게 하면 학교를 그만둘 것인가 하는 생각만 들었다.

이렇게 번민하고 있을 즈음 김혜경 교장선생님(보리원 보살님)으로부터 우곡선원 초심자 참선교육을 소개받았다. 그전에도 우곡 교직원 직무연수를 받은 선생님들이 우곡선원에서 수행을 해보라는 적극적인 추천도 있었고, 보리원 보살님의 권유도 있었지만 흘려듣기만 하다가 마음이 심란하던 그때서야 마음공부에 관심이 생겨 초심자 참선교육에 참가하게 되었다.

부산 감만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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