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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사적 편찬을 기대하며

기자명 법보신문
김 상 현
동국대 교수

신라의 오대산신앙은 7세기 전반 자장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자장은 중국 태원의 오대산을 순례한 적이 있는데, 이 산은 화엄경의 보살주처품에 의해서 문수보살이 상주하는 영산으로 신앙되고 있었다. 자장은 오대산의 문수보살로부터 신라의 오대산에도 문수보살이 상주한다는 기별을 받게 된다.

즉 “그대 나라의 동북방 명주 경계에 오대산이 있는데 일만 문수보살이 언제나 그곳에 거주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자장은 귀국 후에 오대산에 월정사를 창건했고 이로부터 신라의 오대산신앙이 비롯되었다.

『삼국유사』에는 오대산에 대한 기록으로 오만진신(五萬眞身), 보즐도태자전기(寶叱徒太子傳記), 월정사오류성중(月精寺五類聖衆), 문수사석탑기(文殊寺石塔記) 등 4항목을 수록하고 있다. 오대산을 방문했던 일연은 산중에 전하던 고기(古記)를 참고할 수 있었는데, 아마도 그것은 『오대산월정사사적』이었던 것 같다. 민지(閔漬)는 향찰(鄕札)로 기록되어 전해오던 이 사적을 절의 요청에 의해 한문으로 고쳐 쓴 바 있는데, 일연이 『삼국유사』를 편찬하던 때로부터 20여 년 후인 충렬왕 33년(1307)의 일이었다. 『삼국유사』 오대산 관계 기록과 민지가 한문으로 고쳐 쓴 『월정사사적』의 내용이 비슷한 것도 이 때문이다.

『월정사사적』에는 고려 때의 신효거사와 고려탑인 월정사의 8면 13층 석탑에 대한 언급이 있다. 따라서 이 사적은 대개 고려 전기에 성립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민지가 한문으로 고쳐 쓴 『월정사사적』은 7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월정사에 소장되어 오고 있어서 신라 오대산신앙의 오랜 전통을 자랑스럽게 전해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존하는 최고의 사적기라는 점에서도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조선시대에도 오대산신앙의 전통은 계승되고 있었다. 고려 말 이색이 지은 『상원사승당기』가 전하고, 조선 초의 권근은 이 산의 사자암, 관음암, 수정암 등의 중창기를 남겼다. 『사자암중창기』는 태종이 사자암을 중건하고 자신의 원찰로 삼았던 역사를 전해주고 있다. 세조가 상원사를 원찰로 삼았던 것은 유명하다. 당시의 상원사중창권선문이 지금도 전하고, 김수온이 지은 『상원사중창기』도 남아 있다. 김홍도가 1778년(정조 12)에 그린 금강전도 60폭 중에는 오대산의 중대, 월정사, 상원사, 사고 등을 그린 4폭의 그림이 수록되어 전한다.

이외에도 오대산을 찾은 이들이 많아 적지 않은 시를 남겼고, 유산기(遊山記)도 여러 편이 전한다. 최운우, 김창흡, 강재항 등의 유산기에는 월정사를 비롯한 산내의 여러 사암의 상황을 전해주는 내용이 전한다.

여러 기록들은 여기저기에 단편적으로 전할 뿐이고,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오대산사적으로 편찬되지 못한지 오래다. 천 수백 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본산 월정사의 사격으로 보아도 고려시대에 편찬된 사적을 보관하고 있는 남다른 전통에 비추어 보아도, 새로운 오대산사적의 편찬은 하루 빨리 해결해야할 과제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머지않아 오대산사적의 편찬도 곧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일본 동경대 소장 실록의 환수를 실현시킴으로서 오대산사고 수호총섭의 후예로서의 책무를 다 하려는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의 최근 활동을 통해서 불교계의 역사의식이 아직은 식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기에 그렇다. 오대산의 역사를 새롭게 정리하는 일은 오대산사고본 실록의 환수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다.

오대산의 역사 기록은 조선시대의 수많은 문헌 자료에 묻혀 있다. 따라서 이들 사료를 탐색하고 발굴하는 많은 노력을 통해서 오대산의 역사는 그 모습을 들어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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