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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경』⑥

기자명 법보신문

신심은 수행자의 첫 마음이자 정진의 힘

<사진설명>해인사 화엄경변상도.

어떤 것을 보살마하살의 신장(信藏)이라 하는가? 보살이 일체법이 공함을 믿으며, 일체법이 모양 없으며, 원이 없으며, 짓는 일이 없으며, 분별이 없으며, 의지한데 없으며, 헤아릴 수 없으며, 위가 없으며, 초월함이 없으며, 남이 없음을 믿는다. 보살이 이 믿음의 무진장[信藏]에 머물면 모든 부처님의 법을 들어 지니고 중생에게 말하여 깨닫게 한다.
「十無盡藏品」


신심은 수행자의 첫 마음이면서 수행이 계속되는 동안 늘 함께 하는 마음이다. 그리하여 도중에서 물러나지 않고 끝까지 정진할 수 있는 힘이 된다. 한결같아서 흔들림 없는 마음으로 계속 정진하여, 부처님의 수승한 공덕을 얻게 되는 것이다.
「십무진장품」에서는 믿음이 무진장한 신장(信藏)을 설하여 수행자인 보살로 하여금 필경에 최상의 깨달음을 성취케 하고 있다. 이 신장을 열 가지로 보이고 있으니, 보살이 일체 법이 공함을 믿으며, 일체법이 모양 없음을 믿으며, 내지 일체 법이 남이 없음을 믿는 것이다.

믿음이 확고하다는 것은 일체 모든 존재가 자성이 없어서 공한 줄 믿는 것이 전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나’도 오온으로 이루어진 오온아(五蘊我)이니, 임시로 화합된 가아(假我)이고, 연기된 존재인 연기아(緣起我)이다. 자기 존재가 오온아로서 공하고, 나의 것(我所)도 공하고 일체 모든 연기된 존재는 다 공하다.
그래서 모든 모양 있는 형상도 모양이 없으며, 생겨나고 사라짐도 없으며, 오고 가고, 태어나고 죽음도 없다. 불생불멸이며 부증불감이다. 이를 철저히 믿는 것이 신심이라는 것이다. 일체 유위법은 물론이고 부처님과 내 마음도 그림자 같고 꿈같고 메아리 같은 줄 알고 믿는다. 지혜와 자비와 원력도 환(幻)과 같은 것이다.

이러한 일체 법이 남이 없음을 아는 지혜가 무생법인(無生法忍)이며, 무생법인을 얻는 것이 깨달음이다. 깨달은 자의 지혜를 보이는「십인품」에서, “무생법인이란 보살이 조그만 법의 남도 보지 않고 사라짐도 보지 않는다. 왜냐면 나지 않으면 사라짐이 없고, 머무를 것이 없으며, 내지 가고 옴이 없기 때문이다.” 라고 설하고 있다.

이처럼 신심은 일체 법이 무자성공인 줄 믿으며, 나아가 부처님 지혜가 온 법계에 두루해서 중생에게도 부처님 지혜가 갖추어져 있으며, 중생도 본래는 부처인 줄 철저히 믿는 것이다.[心佛及衆生 是三無差別] 그리되면 중생이 본래 자기 모습대로 살려는 원이 일어나게 된다. 그러므로 신심이 있는 자는 원에 의해서 일체 모든 업을 짓는 몸과 입과 뜻이 청정하며, 신구의 삼업이 청정하고 지혜로워진다.

『화엄경』에는 보살의 수많은 원이 보이는데 이는 모두 보살이 부처님처럼 중생을 위하는 일 외에는 전혀 원하는 것이 없는 무원의 원이다. 이 신심의 단계에서는 140원의 정행(淨行)이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면 보살이 집에 머무를 때는 일체중생들이 집의 자성이 공 한줄 알아서 그 핍박을 면하길 원하며, 보시를 할 때는 중생들이 모든 것을 버리고 마음에 애착이 없어지길 원한다. 하루 24시간, 일 년 365일 언제나 어디서나 무엇을 하든지…. 집에 있을 때, 길을 걸어갈 때, 앉아 있을 때, 누워서 잘 때, 아침에 잠을 깰 때, 세수할 때, 내의를 갈아입을 때, 대소변을 볼 때, 삼보에 귀의할 때 등등 원을 세워서 업력이 원력으로 바뀌게 하는 것이다. 또 정행에 의해서 신심이 깊어진다고 하겠다.

스스로 부처님께 귀의할 때는/ 이와 같이 원하라/ 중생들이 불종자를 잇도록/ 위없는 뜻을 내어지이다.
스스로 가르침에 귀의할 때는/ 이와 같이 원하라/ 중생들이 경장에 깊이 들어가/ 지혜가 바다와 같게 하여지이다.
스스로 스님들께 귀의할 때는/ 이와 같이 원하라/ 중생들이 대중을 통솔하고 다스리되/ 모든 것에 장애가 없어지이다. 「淨行品」


해주 스님(동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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