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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경수행-황헌순 씨 하

기자명 법보신문
매일 금강경 50∼100번씩 집중 독송
경전 읽으니 깊은 분노-원망 사라져


2005년 1월, 금강경으로 모든 시름에서 벗어난 어느 선지식 한 분을 알게 되었다. 남편과 함께 그 분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듣게 되었고, 나도 금강경을 공부하고 싶다는 의욕이 생겼다.

“일체 유위법은 꿈과 같고, 환과 같고, 물거품 같고, 그림자 같고, 이슬과 같고, 번개와 같으니 마땅히 이와 같이 여길지니라(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

그 날 처음 일독을 35분 만에 마치고, 이 사구게에 마음이 꽂혀 한 없이 울었다. 마치 나에게 들려주기 위한 구절인 양 생각되었다. 그리고 5독을 마친 뒤에 정말 깊은 단잠에 빠져 들었다. 꿈도 없었고, 뒤척임도 없었다. 그날 이후 나는 금강경에 매달렸다. 그 어떤 말도 필요 없었다. 그냥 숙면을 취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그러면서 1년 안에 일만 번 독송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처음 일주일은 10독 안팎에서 헤매다 960여 독을 마친 뒤에는 하루 21독씩을 기본으로 40여일을 했다.

때로 머릿속이 시끄러울 정도로 떠오르는 수많은 망상과 잡념들. 참기 어렵게 쏟아지는 잠. 온몸이 굳어지듯이 아파지던 때도 있었다. 그래도 개의치 않고 그냥 읽었다. 5149자 한 자 한 자에만 집중하려 애썼다. 그래도 안 되면 손가락을 따라 가며 읽어나갔다.

하루 30독을 기본으로 100일이 지났을 때는 60∼70독을 하는 날들도 있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읽는 횟수가 늘어남에 따라 마음이 점차 편해지고 미움도 분노도 조금씩 옅어짐이 느껴졌다. 분노의 근본 원인은 타인이 아닌 내 자신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눈물 때문에 2박3일 내내 울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몸에 힘이 생겨 누워 있는 시간들이 줄어들었다. 또 양손바닥 가운데 동전만 한 크기로 4∼5일간 지독히도 뜨겁더니, 어느 때는 머리, 얼굴 배 등 몸의 한부분에서만 집중적으로 땀이 흐르면서 역한 냄새가 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모든 현상들에 연연하지 않았고, 오로지 정신 집중하여 읽으려 했다.

7000독을 넘기면서부터는 나도 믿기지 않는 속도로 100독을 넘겨 읽는 날들도 있었다. 1독에 3분정도 걸렸다. 경전에 대한 몰입은 내 미움과 화를 녹여주었으며, 아상과 허깨비처럼 살아왔던 내 삶을 자각토록 했다.

세상에 우연히 일어나는 일이란 단 한 가지도 없는 것 같다. 좋은 일은 좋은 일대로, 궂은일은 궂은일대로 내가 뿌렸던 씨앗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눈덩이처럼 커져 다가오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 스스로 공부해 갈 수밖에 없다.

내 생에 악몽 같던 4년, 돌이켜보면 그것은 내 성지순례의 진정한 가피였다. 그 시간이 있었기에 내가 금강경에 물들게 되었으며, 나의 무명을 조금이나마 알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감사드린다. 아마도 그 보살님이 주신 고통은 나를 공부시키기 위한 업의 화신이며, 금강경 독송은 녹야원에서의 내 절절한 기도에 대한 답이었으리라.

지금 나는 대단히 편안하다. 건강을 되찾고, 나를 알게 하고, 알 수 없는 그 어떤 든든함을 얻었기에 더욱 그렇다. 또 이론으로만 알고 있던 경전의 말씀이 우리의 생활 속에 실제 살아 있음도 알 것 같다. 이제 나는 평생 금강경을 독송 할 것이고, 내가 공부하는 금강경의 공덕이 내 모든 인연들에게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발원한다.

주부(56·화성시 병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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