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경봉 스님의 『법어집』 중에서
45 경봉 스님의 『법어집』 중에서
  • 법보신문
  • 승인 2006.04.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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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은 아껴야 한다
과수원의 과목(果木) 키우는 법을 배우는데 칠판 강의를 듣거나 말과 글로써 배우더라도 자기가 직접 과수원에서 이삼십년간 과목을 키워보면 선생에게 배운 그 이상의 것을 자기도 모르게 체험을 통해서 알게 된다.

이러한 것을 자기 자식이 제일 가까우니 자식에게 가르친다. 자식에게 가르친다지만 도저히 말로써 가르칠 수 없는 묘한 이치가 있다. 또 말로써 설명해주더라도 듣는 사람이 그 경지에 이르지 못하였으면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다. 부처님의 정법안장의 오묘한 진리는 말로써 표현할 수 없고, 글로써 보일 수 없다. 어느 정도는 말과 글로 이야기하여 보여줄 수 있지만 그 경지에 들어가지 못하면 무슨 소린지 모른다.

우리 수행하는 이들은 수행하는 것을 매일 점검해야 하고 또 세속에 사는 이들은 부모님 밑에서 살 때에는 몰랐는데 장가가고 시집가서 보니 걱정되지 않는 일이 없다. 모든 근심과 걱정을 살펴보면 모두 물질 아니면 사람의 걱정이니 불교를 믿는 이들은 부처님의 그 초월한 정신에 계합되어 수심 걱정 보따리를 확 털어버리고 사바세계를 무대로 삼고 멋들어지게 살아야 한다.

여러분들이 오늘부터 회계를 대기를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후에 무슨 보람된 일을 하였는가, 이 소소령령한 자성 자리에 무슨 이익이 될 만한 수양을 쌓았는가, 또 남에게 착한 일을 하여 사회에 헌신한 일이 얼마나 되는가, 그런 보살행을 생각이라도 해보았는가, 이것을 전부 기록해 봐서 부끄러우면 불교를 신봉하는 불자로서의 생활을 다시 시작해서 뒷날 다시 기록해볼 때 부끄럽지 않도록 해야겠다.
일본 선종의 조동종 시조 도원(道元)선사의 수제자 되는 스님이 그 당시 전좌(典座)라는 소임을 보고 있을 때의 일이었다. 어느 수좌가 보니까 매일 밤 자정쯤 되면 무엇을 끓여서 혼자서 먹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수좌가 조실 스님인 도원 스님게 이 일을 말하자 조실 스님이 자정 때쯤 돼서 살펴보니 사실인지라 “무엇을 만들어서 너 혼자만 먹느냐, 나도 좀 주려무나.” 하니까 한사코 안 된다고 하는 것을 세 번째 밤에는 조금 주는 것을 먹어보니 고약한 냄새가 나고 도저히 먹지 못할 음식이라서 그 제자에게 “도대체 이것이 무엇이냐?”고 하니까 “이것은 수채 구멍에 누른밥 찌꺼기와 밥 남은 것을 공양주들이 마구 버리기에 아까워서 버릴 수는 없고 이것을 먹기 위하여 다른 스님네들이 다 잠든 자정에 비밀히 끓여 먹는 것입니다.” 조실 스님이 감격하여 말하기를 “흘러가는 물이라도 쓸데없이 함부로 쓰지 않도록 해야겠다”라고 하였다. 이 일이 우리 일상생활에 매우 경계될 말한 일이다.

그래서 선문(禪門)의 규범에 이르기를 한 낱의 쌀이 땅에 떨어졌으면 나의 살점이 떨어진 거와 같이 생각하고 한 방울의 간장이 땅에 떨어지면 나의 핏방울이 떨어진 듯이 생각하라고 하였다.


경봉 스님은

경봉(鏡峰, 1892~1982) 스님은 밀양에서 태어나 1907년 양산 통도사로 득도했다. 1910년 양산 명신학교, 1914년 양산 통도사의 불교전문강원 대교과(大敎科)를 수료한 뒤, 1918년 마산포교당의 포교사, 1932년 통도사 강주, 1935년 통도사 주지, 1941년 조선불교중앙선리참구원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1953년에 통도사 극락호국선원 조실이 돼 수많을 후학들을 지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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