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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 부정-불평 선거 판친다

기자명 법보신문
효 림 스님
실천불교 대표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알만한 교계의 원로스님께서 전화를 하셨다. 평소 가까이 모셔본 일이 없는 큰스님이지만 많이 존경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화를 주신 것만으로도 몹시 감사하고 있었다. 그런데 큰스님께서 전화를 주신 사연은 근자 교구본사 주지 선거에 금품이 오고가는 등 부정선거가 판을 치고 있다는 것이었다.

큰스님의 말씀을 대충 정리해보면 이런 것이었다. 지난번에 실시한 총무원장 선거에는 선거부정을 감시하는 자정센터가 있어서 전혀 부정을 저지를 수 없었고, 그 결과 총무원장 선거는 그런 대로 잘 치러 질 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실시하고 있는 몇 군데의 교구본사 주지 선거에서는 다시 수백만 원씩의 돈이 살포되는 등 탈법과 부정이 판을 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큰스님께서는 이런 말씀도 하셨다.

“민주사회에서 투표권은 기본권이고 불교의 사상은 절대평등인데 어떻게 조계종단은 같은 승려에게 투표권을 차별하여 주고 있고 있는가? 예를 들면 대중이 수백 명이나 살고 있는 비구니스님들의 사찰에서는 주지 한사람에게만 투표권을 주지 않고 있지를 않느냐? 이것이 어떻게 철학과 사상이 세속문화를 앞서가야 할 불교계의 법이라고 할 수 있으며, 제도라고 할 수 있겠느냐? 지금 우리사회는 민주화가 급격하게 이루어져서 맑고 깨끗한 선거문화가 이루어지고 있고, 여성이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장관을 하고 대권후보와 정당대표도 하고 더 나아가 국무총리를 하는 시대가 아니냐. 그런데 불교계에서는 부처님시대보다 더 후퇴하고 퇴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큰스님의 말씀은 모두 사실이다. 현재와 과거를 통 털어 남녀와 인종을 차별하지 않는 사상과 철학을 가진 종교는 불교가 유일하다. 아직도 대다수의 종교는 여성 성직자를 인정하지 않거나 인정하더라도 매우 소극적이며 제한적이다. 하지만 불교는 처음 창시되는 시기부터 부처님은 남녀와 인종을 차별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비구와 같이 비구니를 수행자로 동등하게 허락하셨고, 성직자로 인정하셨다. 교단의 구성도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로 구성된 사부대중으로 하셨다.

이러한 사상과 제도는 어떤 문화적인 환경이 변하더라도 버리거나 변화시킬 수 없는 불교의 가치이다. 그래서 불교가 가장 왕성하게 발전하고 불교의 사상과 철학이 문화를 주도하는 시대에 중국에서는 측천무후와 같은 여성 황제가 나올 수가 있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신라에서 선덕이라는 여성 황제가 나온 것이다.

불교가 당나라의 화려한 문화를 창조하고 한반도의 삼국시대 그 위대한 문화를 창조했듯이 다시 우리시대에 앞서가는 문화를 창조하고 주도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불교의 양성평등사상을 살리고 지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단 내에서 비구·비구니를 차별하는 선거법을 개혁하고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또한 총무원장 선거 때만이 아닌 크고 작은 선거, 즉 종회의원선거와 본사주지 선거 때도 선거감시단을 발동하여 철저한 감시를 해야 한다.

지금 우리사회는 5월 말 지방자치 선거를 앞두고 그 열풍이 뜨겁다. 그중에 부정선거를 적발하여 신고하는 사람에게는 선관위가 최고 2억까지 포상금을 지급한다고 한다. 이렇게 깨끗한 선거를 위하여 국가사회는 비상한 노력을 하지 않는가. 우리 종단도 금년에 종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다. 들리는 말로는 종회의원 선거에 수억의 돈이 든다고 한다. 이번에는 금품이 난무하는 선거는 근절시키자. 그러기 위하여서는 철저한 감시와 관리를 하여야 할 것이다. 부디 그렇게 하여 국가사회를 앞서는 모범된 선거문화를 만들기 바란다. 종단의 미래를 걱정하시는 원로 스님의 걱정을 덜어 드리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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