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린이 없는 어린이날

기자명 법보신문

윤 청 광
방송작가


올해의 부처님 오신날, 음력 4월 초파일이 공교롭게도 ‘어린이 날’과 겹치게 되었다. 누군가가 일부러 음력 4월 초파일과 양력 5월 5일 어린이 날을 겹치도록 한 것은 아니지만, 티없이 맑은 동심을 지닌 어린이를 천진불(天眞佛)로 여기는 불가(佛家)이고 보니, 어린이날과 겹친 부처님 오신날을 맞는 의미가 색다르다 할 것이다.

직장인들은 어린이 날도 공휴일이요, 부처님 오신날도 공휴일이라 겹치지 않았으면 두 번 쉴 수 있는데 어린이 날과 부처님 오신날이 겹치는 바람에 하루를 손해보게 되었다고 아쉬워 하는 사람도 있지만, 6일이 토요일이라 주5일제근무를 실시하는 직장에서는 금토일 연3일을 연달아 쉬는 재미를 만끽하게 되었고, 주5일근무제를 실시하지 않는 직장에서조차도 징검다리 토요일을 쉬게 해서 거의 모든 직장이 3일간의 황금연휴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이 세상에서 ‘편히 쉬는 것’을 싫어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쉰다는 것이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다. 아무리 일하지 않고 편히 쉬는 것이 좋다고 해도, 월화수목금토일 일주일 내내, 그것도 한달 두달 석달을 지나서 몇 달을 내리 쉬고 놀고 쉬는 실업자(失業者)의 처지가 된다면 그것은 ‘쉰다’는 즐거움을 맛보기는커녕 지옥보다도 더 지겹고 괴로운 ‘고통’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대한민국에는 하루 쉬고 하루 놀며 지겹고 괴로운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비경제활동인구’가 무려 1500만명을 넘어섰다는 충격적인 통계가 발표되었다. 고령화 사회가 급속히 진전되고 청년실업자가 늘어나는데, 갈수록 어린아이 출생은 줄어들고 있어서,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국가의 장래에 심각한 적신호가 아닐 수 없다.

지금 우리나라 농어촌에서는 갓난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기가 어렵고, 농어촌에 자리잡고 있던 초등학교 분교는 날이 갈수록 폐교되고 있으며, 수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갓난아기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출산 장려금까지 지급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이 앞으로 계속된다면 머지 않아 우리나라는 맥없는 노인왕국으로 전락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각종 의료복지시설의 확대와 발전, 각종 의료기술의 놀라운 발전과 의약품의 새로운 개발에 힘입어 노인들의 수명은 갈수록 늘어나는데 반해, 젊은 세대들은 결혼을 하더라도 겨우 한 아이만 낳거나 아예 아이를 낳지 않는 세태라 이대로 30년만 지나고 나면 젊은이 한사람이 죽어라 일해서 여러명의 노인을 먹여살려야하는 비참한 세상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이 아이 낳는 것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키우기 힘들고 교육비 부담이 엄청나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첫 번째로 꼽고 있다.

너무 빨리 닥쳐와버린 주5일근무제와 ‘삶의 질’을 쫓아 소비의 시대가 무작정 확산되어 혼자 벌어서는 도저히 생활할 수 없는 사회구조가 되어버렸고, 맞벌이를 하자니, 아이를 키울 수 없는데다가 갈수록 엉망진창이 되어가는 원시적인 교육정착과 입시제도를 무지막지한 시교육비를 감당해야하니, 어느 젊은부부인들 마음 놓고 아이를 둘셋씩 낳아 기를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세태가 10년만 더 이대로 지속된다면 앞으로 10년후의 어린이날에는 ‘어린이 없는 어린이날’ 행사를 치루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어김없이 ‘신도없는 사찰’, ‘신자없는 교회’가 속출하게 될 것이다. 인구밀집 도심지에서조차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정원미달로 문을 닫아야할 지경에 이르고 있다면 이 얼마나 무서운 경고인가?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