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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스님들 탄원 존중돼야

기자명 법보신문

김 상 현
동국대 교수

얼마 전까지도 우리 사회에는 황우석박사의 줄기세포 연구와 관련된 문제로 인하여 매우 시끄러웠다. 결국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고, 황박사는 지금 교수직에서 파면 당한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9명의 조계종 원로의원 스님들은 지난 달 27일 ‘황우석박사의 무혐의 선처와 연구재개’를 노무현대통령에게 탄원했다고 한다. 우선 이분들은 한국불교계를 대표하는 큰스님들이다. 이런 분들이 현실적이고 사회적인 현안 문제에 대해서 탄원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세속적인 문제에 관해서 좀처럼 발언하지 않던 원로스님들이 직접 나섰다는 점만으로도 이 분들의 의견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원로스님들의 인식 또한 우리의 주목을 끈다.

탄원서에는 “줄기세포 연구는 종교나 이념을 떠나 난치병으로 고통 받는 수억 창생을 위한 고귀한 연구이며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새로운 성장 동력”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필자는 이런 견해에 동의하면서 과학 연구가 종교나 이념의 문제로 제한되거나 위축되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다. 더 중요한 지적은 이 연구가 난치병으로 고통 받는 수억 창생을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소모적인 논쟁과 여론 대립은 하루빨리 생산적이고 건설적으로 마무리되어야 하는 것”이고, “황박사가 연구를 재개해서 국가와 인류를 위해 헌신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청원이 설득력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 연구가 전 세계인에게 희망이 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고, 또 그것이 가능한 것이라면, 그 동안의 허물과 과오도 아량으로 포용할 수도 있다. 이 점에서도 원로스님들의 탄원은 존중되어야 한다.

원효는 그의 열반경종요에서 불성(佛性)의 여러 뜻을 설명하면서, 앞으로 얻게 될 결과로서의 불성(當果佛性)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다음의 열반경 사자후보살품을 인용했다.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나에게는 유락(乳酪, 버터)이 있다”고 함에 다른 사람이 “당신은 (버터를 정제한) 소()를 가지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대답하기를 나에게는 유락만 있을 뿐 실재로는 소가 아니지만 교묘한 방편으로 앞으로 반드시 얻게 될 것이기에 소가 있다고 말하였다. 중생도 또한 그러하여 모두 마음이 있고, 마음이 있는 자는 앞으로 반드시 가장 높은 깨달음을 이룰 수가 있다. 이러한 뜻에서 나는 항상 모든 중생에게 다 같이 불성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원효에 의하면, 이는 앞으로 얻게 될 결과로서의 불성(當果佛性)을 밝힌 것이라고 한다. 원효는 불성을 설명하면서 현재 나타난 결과와 함께 앞으로 얻게 될 결과, 즉 미래과(未來果)에도 주목했다. 미래과란 비록 아직은 주어지지 않은 결과라 할지라도 앞으로 도래하도록 종자가 상속하는 것이다. 일체중생 실유불성(一切衆生 悉有佛性). 이 명제도 앞으로 얻게 될 결과로서의 불성일 뿐이다. 아직 중생에게는 유락만 있을 뿐이고 실제로 소는 없다.

황박사는 소를 가지고 있다고 했지만, 조사 결과 그에게 소는 없었다. 그는 전 세계를 향해서 거짓말을 한 셈이 되었다. 그는 세상을 속인 것인가? 지금 그에게 소가 없다고 해서, 또 거짓말을 했다고 해서 그는 연구실에서 추방해야 마땅한가? 더 중요하고 급한 일이 있다. 그가 유락을 소로 만들 수 있는 훌륭한 기술을 갖고 있는가? 그렇지 못한가를 확인하는 일이 그것이다. 삼세(三世)를 구세(九世)로 세분하면, 미래의 결과가 보인다. 머지않은 장래에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는 만들어질 것이다. 이 때문에 줄기세포 연구는 계속되어야 하고, 원로스님들의 충정어린 탄원은 존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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